사월을 보내고
사월의 마지막 날보다도 따사로왔던 사월의 첫날에 큰 아들이 결혼을 했다. 그 녀석을 낳은 날의 기억이 생생한 것처럼 이 아름다운 혼인날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한껏 부풀었던 마음이 제 자리를 찾는데 한 달이 걸렸다. 문득문득 떠올랐던 글감이 하나둘씩 풍선처럼 날아가버리는 것을 붙잡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하지만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애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온 가족과 함께 누린 기쁨과 감사의 순간을 넉넉히 만끽했다고 생각하려 한다.
오월이 왔다. 집 밖을 나설 때 옷을 어찌 입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이 변덕스러운 날씨는 확실히 여름을 향해 기운 듯하다. 주말에는 폭우가 온다고 한다. 어린이날이 무슨 날인지 아는 어린이들에게는 섭섭한 소식이 아닐 수 없지만, 그날에 교통사고가 폭증한다는 뉴스를 듣고 보니 나는 오히려 희소식처럼 느껴졌다.
비가 오고 나면 푸르름이 완연해질 것이다. 긴팔 옷들이 깊숙이 웅크리고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들의 옷차림은 나날이 가벼워질 것이고 아직 두 돌이 되지 않은 아기와 함께 나는 노상 바깥놀이로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엄마가 떠나시고 맞을 첫 번째 어버이날을 목전에 두고 동생들은 벌써부터 슬퍼하고 있다. 요사이 부쩍 꿈에서 엄마를 만나는데 태연한 척하는 무심함 속에 숨은 마음 어딘가에서 나는 여전히 엄마를 부르고 있었나 보다. 가장 기쁜 날 그랬던 것처럼.
딸아이가 삼 년 만에 연애를 시작했다. 아름답게 서로를 알아가다가 영원히 알고 싶어 함께해야 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 좋겠다. 한 녀석을 보내고 나니 두 번째, 세 번째도 문제없을 것 같다. 처음 맛보았던 충만한 기쁨에 중독된 기분이다.
이제 사월에 날린 글감들을 한번 찾아봐야겠다. 손 끝에 닿으면 가슴 가까이로 다가와 간직될 것이고 잡히지 않더라도 잔잔한 일상 중에 찾아오시는 손님을 맞이하듯 기다리며 지내야겠다. 오월엔 그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