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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May 31. 2016

에밀리의 일본어 식탁

처음 떠난 소셜쿠킹팀의 소셜 여행 그 첫 번째 해남 이야기 (1)

올해 들어 너무 과도하게 써온 내 탓으로 내 몸의 여기저기가 계속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또 막내 아이의 부상과 군 입대 등으로 에밀리의 일본어 식탁은 잠정적으로 밴드와 번개로 이어지고 있던 시점에서..

지난해 와인 관련으로 인연을 맺은 몇의 소중한 만남 중에 동갑내기이며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이경임 선생님.

해남의 고천 농암의 주인이시기도 한...

경임 샘과의 만남 그리고 해남의 농원의 사진들이 올라온 밴드에서 회원들의 의견들이...

그래서 샘의 시간을 조금 빼앗기로...

그렇게 맞추어놓은 스케줄과 초행인지라 일단 스텝들이 먼저 인사겸 그곳을 방문하기로 의논한 지가 두어 달 전부터의 일이었다.

그러나...

나의 두 발이  여러 가지로 말썽을 피우는 즈음에  스케줄은 다가오고 그녀들은 말은 못 하고 끙끙 속앓이를 하던...

아직은 수술도 , 이런저런 경과를 두고 봐야 하는  시기인지라... 주치 샘의 말씀을 정확히 지켜가며 해남으로의 일탈을 조심스레 준비하며... 그렇게 5월의 마지막 주 수요일은 밝았고 다행히 맑은 하늘이 우릴 반기는 지난 5월 25일 이른 아침에 분주히 움직여준 그녀들 세명과 해남으로  출발했다.


나는 일찍이 91년( 광양 연구소에 군복부를 하던 옆지기 님 덕분에 )에 처음으로 해남의 땅끝마을을 밟아 보았지만.. 그 뒤로 한 번 스쳐지나기만 했던 아스라한 추억 속으로,,,

팀의 그녀 두 명은 난생처음 전라도라는 지역으로 발을 들여놓는 설렘에...

그렇게 이경임 샘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밝게 웃으며 조금은 수줍음으로 우리를 반겨주신 그녀와 시작은 어머님...


맑고 높은 두륜산의 산줄기 밑의 그녀의 가게에 짐을 놓고 우린 일차로 두륜산 케이블카로.... 향했다.

남도는 내가 살던 광양부터 순천 벌교 보성 해남 진도 완도 목포까지의 몇 번의 순례로..

이 곳의 음식은 그야말로 침샘을 자극하는 맛의 향연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샘의 음식은 그녀의 어머님의 고향인 개성과 남도가 어우러진 맛이었다.

조금은 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랄까...

음식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정리하고자 한다..

오늘은 첫날의  해질 때까지의  정취를 그냥 서툰 글로 서술하고자 할 뿐이다.


두륜산의 케이블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높다..

혹자 중엔 통영이나 무주의 그것과 혼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이샘의 설명,,

넓고 높게 펼쳐지는 5월의 풍광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전망대까지의 길을 발이 아픈 나로선 그냥 바라봄으로 만끽할 뿐 그녀들에게 일임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첫날의 여정은 다들  호기심 가득한 그녀의 농원으로....

가는 길 내내 마늘 밭부터  여러 작류들의 밭이 펼쳐지던 중..

앗... 하는 내 감탄사가 터져버린 것은 보리밭에서였다.

실인즉 작년 페북 페친의 사진을 보고 올 해는 기필코 보리밭으로의 여행을 꿈꾸었으나 발이 아픈 탓에 그냥 미뤄버린 일이었는데 뜻밖에 해남의 한 적한 시골 길을 달리다 발견한 드넓은 보리밭에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어 버린 것이다.

이것이 일석이조란 말인 거지 하면서 말이다.

눈에 가득 황금의 보리밭을 담고 드디어 도착한 샘의 농원에는 두 마리의 진돗개  백호군들이 반기고 있었다.

언덕 위로 보이는 샘의 농원에 다가갈수록 모랄까 알 수 없는 신비한 매력이 가득하게 느껴졌던 그 날의 오후를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샘만의 비밀의 화원을 돌아보고 통나무 집에 짐을 풀고  다시 다섯 여자들만의 산보가 이어졌다.

뉘엿뉘엿 져가는 해를 바라보며 걷던 중에 눈에 들어온 하얀 꽃... 그것이 찔레꽃이라는 사실도..

또 그 꽃은 해가 지면 붉게 변한다는 사실도 실인즉 창피하지만 난 처음 인지했다.

바다 끝까지 가서 져버린 어둠 속에서 느껴진 것은

산바람과 강바람과 바닷바람이 만나는 그곳의 그 세 바람과의 만남이었다.

그 바람들이 만난 곳에서  우리 다섯 여인 들도 한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으며 서 있었다


우리에게  해남의 첫맛은 세갈래의 바람이 합쳐져 만들어 준 새로운  바람의 맛이었다


만남이란 것은 말이다.

특히나 마음이 통하는 만남이란 것은 축복이고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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