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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ily Jul 25. 2020

에밀리의 일본어 식탁

추억 속 뚝배기

어린 시절 , 난 엄청나게 입이 짧았다.

70년도의 풍경 중 하나는 집으로 미군부대의 물건들을 가지고 돌아다니는 상인들이 계셨다.

어린 나이에 난 가끔 우리 집을 방문하던 이쁜 아줌마를 기억한다.

보자기 가득 꼬부랑글씨가 붙은 상표의 화장품, 일용품 , 식품, 주류 등을 내놓으시던...

가끔 엄마와 아줌마 옆에서 그 신기한 보자기 속을 구경하던 내 국민학교 시절의 한 장면.


우리 시절에 귀했던 미군부대 ( 당시엔 PX 물품이라는 )의 직사각형의 약간은 불투명한 종이에 쌓여 있던 바둑판같던 두껍던 노란 버터와

붉은색과 흰색이 어우러졌던 비닐 속의 베이컨..

이 두 가지는 , 당시 입이 짧던 내게 최대의 맛을 알게 해 준 식료품이었다.


뜨거운 하얀 흰쌀 밥 위에 사각의 버터를 얹고 간장을 한 숟가락 넣고 밥으로 덮고 잠시 기다리면 , 밥주발 속의 윤기 나는 쌀 밥알 한 톨 한 톨 사이로 노랗게 스며둘던 그 향기 가득했던 버터...


그리고 작은 뚝배기에 베이컨을 썰어 넣고 불위에 얹어주시던 엄마

뚝배기 안 가득 기름이 가득하게 나오며 고소한 냄새가 부엌 안을 휘감던 추억의 시간.

그렇게 갈색으로 익은 베이컨 역시 흰 밥 위에 얹으며 숟갈로 한 입을...


버터와 베이컨의 고소함은 천국의 맛이었다.


요즘은 세계의 식재료가 가득하다. 아쉬움 없을 만큼 말이다.


오랜만에 베이컨을 볶아봤다.

너무 담백해서 그 옛 맛을 재현할 순 없지만.

엄마가 떠오르고....

나의 70년대 어린 시절을 추억해 보며 ,

막내에게 당시의 풍경을 이야기해줬지만..


막내가 상상할 수 없는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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