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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mi Lee Jul 21. 2024

사라지는 서점에 남기는 인사

카잔차키스서점


어느 도시를 가던 ‘서점’을 찾아보고 방문해 보려고 하는데, 내 기준에서 늘 생각보다 꽤 많은 서점이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고 놀랍기도 했다. 신도시인 우리 동네에도 차츰차츰 가까운 곳에 동네 서점이 생긴다. 처음엔 꼭 필요한 것만 있던, 그마저도 없던 삭막한 공터뿐인 도시가 꽤 생기 있어진 모습 같기도 하다.

그리고 서점은 다시 사라지기도 한다. 읽는 사람은 점점 사라져가는데 수많은 자영업 중 서점을 선택해 가게를 여는 마음의 1번이 그저 생계만은 아닐 것이라 함부로 생각한다. 책이 좋아서, 책방을 통해 글과 문장과 관련된 어떤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서의 서점을 생각하고 시작했을 모습을 그려보게 된다.

나도 이북을 켜서 보거나, 도서관을 다닌다. 여전히 충동적인 구매를 하기도 하지만 점점 가지고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 핑계로, 읽어보고 갖고 싶은 것을 가진다고 말하며 책을 구매하는 횟수는 오히려 전에 비해 줄었다. 읽는 것에 비례해 책에 대한 소비가 함께 늘지 않은 것이다.

책방은 책 읽는 사람이 수요층 일수 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이렇게 엄격한 몇 번의 허들을 넘어야 책을 사게 된다. 그래서 어쩐지 나 대신 책방을 열어준 것 같은 그들을 보면 마음의 빚을 진 기분이 종종 든다.

처음 간 책방은 책을 산다. 책방에 가면 책을 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 기분이 나쁘지 않고 불편하지 않다. 책방에 가서는 책을 사야지. 그렇게 해도 안사고 나오기도 하는데, 책을 사야지라는 것을 나의 책임감으로 여긴다. 그들과의 연대감의 표현으로 여긴다. 여행 중 지역의 책방에 들리면, 거기서 만든 독립출판물이 있는지 문의하고 구경하고 산다. 뭐 이런 것들이 나의 책방 리추얼이다.

책방을 그린 그림을 어떻게 정리하지도 못한 사이 카잔차키스 서점이 문을 닫았다-물론 엄청 오래전에 그리고도 내버려둔 게으름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 그사이 몇 개의 책방이 또 문을 닫았으며, 세상의 여러 책방이 문을 닫아가고 있을 것이다. 책방이 영영 문을 닫는다 해도, 책을 팔아보겠다고 발 벗고 나섰던 누구도 책을 떠나지는 않는다. 서점 카잔차키스는 다른 곳에서 9월 책 모임 콘텐츠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제2 막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책이 좋아서라는 근사한 이유에 더해, 책을 팔아 생계를 책임지고 싶어 서점을 열고, 그리고 그것이 정말 가능하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책 팔아서 돈 좀 벌었어요라는 말은 여전히 비현실이다. 언제나 책을 사는 마음만은 넉넉하게 열어두어야지. 내 생계를 더 잘 꾸려 책 사는 주머니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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