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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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첩이 온통 초록이다. 모두 같아 보이면서도 모두 다른 사진들이다. 몇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 자리에 서서 장면을 담는다. 좋다 좋다 하다 보니 더 좋아지고, 더 눈에 들어오고, 사진으로 좋은 순간을 담고 기억해야지 하다 보니 요즘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나침. 풍경을 눈에 담는 것에 지나침도 좋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유독 지금을 기억하고 싶은가 보지. 생각을 여기에 머물게 하고 싶은가 보다.
어쩌란 말인가. 매일이 이렇게 다르고 매일이 좋다. 그게 자꾸 눈에 든다.
“어릴 땐 주변의 꽃이 예쁜 줄 몰랐어. 나무를 볼 줄 몰랐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나도 이렇게 다 예쁘고, 자꾸 눈에 보이는 거야. 이런 게 나이 드는 거라면 나는 나이가 들어서 좋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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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보라색을 좋아해 본 적이 없는데 나이가 들수록 보라색이 좋다. 라벤더색이나 핑크가 섞인 보라의 오묘한 예쁨. 질리지 않아. 포도빛도 좋다. 나이들 날이 더 많으니 앞으로도 긴 시간 보라색을 좋아하게 되겠지. 길을 걸으며 보라색 들꽃을 보면 유난히 더 예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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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치동천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치동천 천변. 그곳의 사계절을 아직 모두 알지 못하나 보다. 7년을 살았는데, 2022년 5월에 본 치동천이 또 새로웠다. 유럽에서 온 붉은 토끼풀이라고 한다. 몇 해 전 처음 봤는데 해마다 무성하게 자라고 꽃 피운다. 커다란 토끼풀이다. 질병도 생물도 지구촌 시대다. 황소개구리를 보며 생태계 교란을 걱정했던 때가 생각난다. 지나고 보니 자연은 다 알아서 하더라. 자연이하는 일은 모두 자연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