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여행, 나의 영감

그의 제주

by Eunmi Lee


누구보다도 무엇을 하지 않는 그가 제주를 향했다. 부서에서 한라산을 오르자는 말이 나왔고, 그렇게 네 남자가 제주에 가게 됐다. 그들의 제주 여행은 온전히 그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남았다. 제주에서의 소식을 내게 전해왔다. 단단히 교육을 시켰더니 효과가 있네. 10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도 맞추며 살아야할 것 투성이었다. 같이살기 시작한 몇 달은 너무 불편했던 감각이 지금도 떠오른다. 이제 한집에서 산지도 10년. 지금도 서로 가르쳐 줘야할게 있다. 나에게는 상식이지만, 그에게는 상식이 아닌것들. 예를 들자면 집나간 뒤, 저런 소식을 전하는 일도 포함된다. 언젠가 친구네 집들이에 갔던 그가 퇴근하는 순간부터 내내 아무소식이 없던 일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설마 못간건가 하고 전화를 걸었더니, 이미 만취. 아무튼 그때 이후로는 이렇게 외박을 하는 날이면, 가서 소식전하라고 반복재생을 한다. 참교육의 효과를 이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소식만으로도 좋았다. 너의 여행을 응원해. 이를 위해 함께 옷과 신발을 고르는 것도 즐거웠다. 그 사람의 사진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의 여행이 나의 영감이 된 순간이다. 혹은 너의 행복이 나의 영감이 된것이기도 하다. 나의 이런 시간을 아쉬워 말라. 자주는 아니지만, 나에게도 기회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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