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간 모으기
이 동네 카페는 내 마음속 사랑방 같은 곳. 사장님이랑 이야기를 나눠본 것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어떤 행보를 보인 건 없지만, 초창기부터 줄곧 다닌 카페다. 옆 뜨개 공방도 자주 구경하고, 갤러리 카페라 그림 전시를 하면 그걸 보기도 하고, 그간 사장님이 결혼도 했다.
장마기간, 비가 와라락 쏟아졌다 그쳤다 하던 그때, 이글거리고 뜨겁지만, 갑자기 비가 올지 모르지만 커피 한잔 하러 가자는 친구의 말에 잠시 나와서 어디를 갈까 머리를 굴려서 찾은 답이 또 미구스타다. 프랜차이즈 카페와는 다른 각자의 개성이 있는 공간. 집 근처 천변의 이 카페거리를 좋아한다. 걸어서 힘들지 않게 갈 수 있는 거리. 차로 가더라도 주차가 어렵지 않고, 더 재미난 가게가 많이 생겼음 하는 마음이다.
둘째 유치원 같은 반 친구의 엄마로 알게 된 그녀들. 우리들은 친해지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 기억난다. 엄마들 나이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칼 존댓말,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그 잠시의 시간 동안 함께 자리를 지킬 뿐, 밥 한번, 커피 한잔 쉽게 하지 않으며 지냈다. 둘째, 셋째 엄마들의 애쓰지 않음과 혹시 불편하지는 않을까? 그런 류의 생각. 내향적인 사람들의 성향 여러 가지가 뒤섞인 수개월이 흐르고, 우리는 어렵게 밥을 먹었고, 커피도 마시고,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동안,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차곡차곡 마음에 쌓였다.
거의 일 년 하고도 절반이 더 흘러서야, 되면 가고, 안되면 말고 라는 마음으로 커피 드실 분? 밥 먹을까요?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녀들 앞에서 그림도 그릴 수 있게 됐다. 내가 어디서나 그림을 척척 그리는 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 누군가 앞에서 그림도구를 꺼내 그리는 건 쑥스럽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다. 막상 해보면 입으로 떠들면서 손으로 그리는 게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커피를 마시고, 그림을 그리고, 들고 간 책을 보여줬다. 모지스 할머니 책이었는데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림을 같이 봤다.
“와! 나도 이렇게 사랑 많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이런 시간을 모아간다면, 분명 지금은 그런 아줌마, 나중엔 그런 할머니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