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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mi Lee Nov 02. 2022

그림모임가지기

나만 어반스케치


그림벗 이라는 이름이 참 구수하다. 멋이 나지 않는 이름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고 다른 이름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떠오른다 해도, 멋 부린 다른 이름으로 모임의 이름을 바꾸겠다는 마음도 없다. 어떤 친구는 그림을 매개로 만나, 오랜 시간 알았다. 어떤 친구는 한번 더 파생되어 관계를 넓혀가며 지금에 왔다.​


혼자 그리는 것보다 그림 친구를 만들자고, 함께하는 것의 힘을 아는 이들이 이번에 또 모인 것이 그림벗이다. 어반스케치 공식 챕터는 늘 성황리에 모임이 이어지고 있지만, 나는 나가지 못한다. 주말 모임 위주인데,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선택해서다. 그동안 참여했던 여러 그림 모임도 지속성 없이 사라졌다. 그림벗은 이번에 새로이 참여한 모임인데, 분위기가 좋다. 이미 친한 분도 여럿 계시고, 모임이 이어지도록 성실함을 겸비한 언니가 방장 역할을 해주신다. 무려 출석률 100%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그것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의 힘을 아직은 체감할 수 없다. 내 방식의 문제일까. 지금이 그저 과정일 때문일까? 아니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일까? 모르겠다. 확실한것은 좋아한다는 마음이다. 대책 없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고 있다.

여기가 나만의 꿀 바른길이다.


각자의 그림을 그린 뒤, 헤어지기 전 사진을 담는다. 지난번 모임을 본 분이 지역 카페를 뒤져 연락을 했다. "옆에서 봤어요. 너무 같이 하고 싶어서, 찾아 연락드려요." 감히 선한 영향력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 마음을 안다. 혼자 좋아해서, 누군가 간절히 함께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그 사람들을 발견한 것. 아직 만나지 못한 그분이 이미 반갑다. 그런 모임을 더 잘 만들고 이어가고 싶다.

그려야 할 그림이 있지만, 꼭 다른 그림을 그린다. 많은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닌데, 한 가지만 하면 재미가 반감되 다른 작업으로 센다. 보이는 풍경을 담거나, 내 눈앞의 인물을 담으며, 노는 기분을 느낀다. 집에서 까렌다쉬 팬과슈를 챙겨갔는데 유용했다. 요즘 매력에 빠졌다.

"왜 나는 안 그렸어?" 라길래 언니를 그렸다. "너무 민망하다. 그렇게 계속 쳐다보니까." 쑥스러워 하는 그녀가 나를 그린 그림의 결과물에 좀 더 행복했기를 바란다. 언니가 사용하는 마카 색이 예쁘다. 드로잉은 코픽 E43 Dull Ivory를 썼다. 색이 이렇게 예뻐? 하고 담아뒀다. 집에 와서 당장 사려 했는데, 어디 이것만 예쁘겠어. 다른 컬러도 쭉 써보고 몇 자루 들여야겠다.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오는 재미도 있다. 넓은 테이블과 조용해서 모임에 좋은 장소다. 이 날은 원두까지 사 왔다. 특색 있는 원두를 사서 느껴보는 것도 커피 애호가의 특권이다. 요즘은 거의 에스프레소를 마신다.



몇 번의 모임을 가졌다. 정기모임은 주 2회 간격인데, 다른분들은 거의 매주 만난다. 참여는 자유고, 나는 독서모임과 겹쳐 2주에 한번 간다.​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기는 것. 서로가 더 힘을 얻고,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그 사람들이 이렇게 만난 것이 가벼운 인연은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을 좀 더 소중하게 여겨야지. 이 시간을 더 충만하게 느끼고 살아야지. 감사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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