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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mi Lee Dec 01. 2022

시작하고 또 시작하기

잉크토버, 함께 그리다

 번째 잉크토버에 도전했다. 잉크옥토버를 한 말인 잉크토버는, 매년 10 정해진 주제를 잉크로 그리는 챌린지다.  날마다 그려 올려야 하는 엄격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올려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잉크 느낌의 디지털 드로잉도  잉크토버로 인정한다. 앞선 2번의 도전은 충실히 잉크로 그렸지만, 절반 정도만 하고 흐지부지 끝내지 못했다. 시작 창대하지만, 끝은 미약했다. 내가 하는 다른 일이 그렇듯이. 그럼에도 10월만 되면 근질근질 잉크토버를 다시 시작한다.


대단한 결심 같은 것은 아니다. 10, 잉크토버를 해야 하는 달이구나 그런 생각이 슬며시 든다.


요즘은 변형되어 10 자신만의 그림 챌린지를 이어가는 이들도 많다. 나도 2022년은 소재에 제한 없이, 그러나 잉크토버 공식 계정 리스트를 따랐다.



처음 2020 잉크토버다. 12일쯤 그린  중단했다. 끝까지 끌고 가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 고갈이 아니었나 싶다. 키워드를 보면,  그려야겠다 떠오르고 생각나는, 그런 반짝이는 상태가 10일쯤을 기점으로 끝이 난다. 매일 그리는 것의 어려움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싶지만, 좋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좋은 그림이 어떤 건지도 모르면서. 그렇지만 보는 이가 조금 더 행복하다면 그런 그림에 가까워진 것이 아닐까.  그림의 이야기를 읽어주기를. 그리고 그의 이야기도 떠오르기를 바라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

 


2021, 다시 10. 이때도 13개를 그렸다. 펜으로만 드로잉 하며   재미를 . 어쩐지 이렇게 보니, 21년엔 힘이  진 느낌이다. 어떤 친구는 채색한 것보다 드로잉이  좋다고, 그냥 드로잉을 많이 하라고 말한 친구도 있다. 하지만 역시 뒷심 부족이다. 이렇게 2년을 실패했다. 둘이 합쳐 한 달이랄까. 그렇다고 내가 이제 다시는 잉크토버 안 해! 랄줄 알았나? 아니다. 나는 또다시 시작했다.


2022년은 색연필로도 드로잉 하고, 펜도 쓰고, 연필도 썼다. 수채물감과 과슈  자유롭게 그렸다. 점점 나는  편안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매일 그리지도 못했고, 역시 절반쯤 그리고 나니, 자꾸 막힌다. 뒷부분은 며칠에 한번 몰아서 그리기를 반복했다. 그렇지만 드디어 3번째 도전만에 잉크토버를 완료했다.


끝내지 못한 것들 틈에서 무엇인가를 완료했다는 기쁨이 있다.



 해의 잉크토버를 보면, 어쩐지  해가 보인다. 때로는 그해의 이슈, 때로는 개인적인 관심사, 때로는 나의 경험이 10 한 달 기록에 스며있다.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은 슬프고도 아름답다. 이런 말을 드라마 도깨비에서 들었다. 배트맨을 보며 그 말이 떠올랐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배트맨. bat를 보고 배트맨을 그린 작은 상상력이 안타깝지만, 조금 로버트 패틴슨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쟁여둔 재료를 꺼내 흔하고 귀하지 않은 종이인 A4 복사용지에  한 달이다. 종이 욕심을 부리던 때가 있어 많은 종이가 쌓여있다. 종이를 쓸수록, 편하게 그릴 수록, 종이마다 그만의 매력이 있어서  즐겁다는 생각을 한다. 수채물감을 쓰다가, 과슈를 쓰다가.



 공주님을 그리기도 했다.


대답 없는 메아리 같은 그림이라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 무엇보다도 그림이 좋지만, 사실 그림을 모르겠다. 누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린 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런 기분도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은 그림을 덜 그리는 날이었다.


그런 날 중의 10월, 나는 편안히 붓과 연필, 색연필을 쥐고 좋을 대로의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끝냈다. 이번에는 끝냈다.

쉬어가도 돌아가도 결국 내가 돌아오는 곳에는 쓰고 그리는 것이 있다. 계속 그리던 그리지 않던 10월이 되면 다시 스케치북을 펼쳐야지.


다른 사람과 함께 어떤 챌린지를 수행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힘이 된다. 많은 리츄얼이 있다. 함께 그리거나, 따로 각자 달리고, 매일 읽거나, 가끔 읽거나. 조금 덜 하고 싶을 때 취향이 같은 누군가의 일상이 나를 응원하기도 자극하기도 한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내 의지와 마음이다.


잉크토버로 그림을 그리며, 이렇게 11월에도 매일 그림을 그려야겠다. 그래서  달의 이름이 붙은 스케치북을 한 권씩 완성해야지 생각했다. 새 스케치북에 november, 2022 아로새겼다.  11월에 한 권을 채우겠다. 12월이 되면,  스케치북이 무색해지도록 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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