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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라이터 Dec 15. 2022

4개월 만에 스타트업에서 그만둔 이유

당분간 회사 안 다니겠습니다.


저는 주니어 인사담당자였습니다.

햇수로 따지면 4년 차라고 해야겠네요.


인턴부터 계약직, 정규직으로. 그리고 3번의 이직.


그러나 스타트업에서의 마지막 경력을 끝으로 회사 생활을 접게 되었습니다.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중단하려고 합니다.


오랜 회사 생활은 아니었지만, 직장인이라는 타이틀과조직 생활에 진절머리가 나버렸거든요.

막 미쳐버리겠는 타이밍에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4개월이 <퇴사>의 불을 지펴버렸네요.


물론, 어딜 가나 쉬운 일은 있겠냐마는 이제는 더 늦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제가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가고자 해요. (저의 새로운 도전 이야기와 준비 과정은 차차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



나는 왜 이직한지 4개월 만에 퇴사를 결심했을까?


스타트업은 단점이 너무나 명확합니다.


그건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스타트업의 생태계는 제 기준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제 글을 읽으신 독자분들께서 생각했을 때 단점이 수용 가능한 수준이라면 스타트업에서 일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왜냐면 장점도 분명히 있는 것이 스타트업이니까요!


그럼 제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단점 3가지를 적어보겠습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경험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나도 모르고 내 옆 사람도 모르고 옆 옆 사람도 모른다.


스타트업은 대게 젊은 직원들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젊다'라는 것은 그만큼 자유로운 문화가 가능하고 서로 공감대가 더 깊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구성원들의 경험과 연차가 그리 오래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물론, 직장생활을 얼마나 오래 했느냐가 일머리의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직급 체계가 있는 수직적 조직문화와 젊은 조직문화를 두루 겪어보았을 때, 저는 삶에서 오는 지혜와 경험의 힘이 크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겪었던 상사들은 축적되어 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었고 저의 고민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노하우가 있었습니다. 각 상사, 선배들의 업무 스타일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반면, 스타트업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 대부분이 최소 신입사원에서 비슷한 연차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르는 업무에 대해서 도움을 요청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일단 물어볼 사람이 없습니다. 옆자리 직원도 그 옆에 옆자리 직원도 업무에 대해 100% 경험과 노하우가 없다 보니, 온전히 제 힘으로 알아보고 부딪히고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참 버거웠고 부담이 되더라고요.


스타트업은 리드도 참 젊습니다.

때로는 젊은 조직문화가 마냥 좋은 것인지 고민이 필요했습니다.



끝나지 않는 피드백.. 영원한 피드백..


??: 피드백의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가 경험했던 스타트업은 피드백 중심의 문화였습니다. 평가제도도 다방면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각 업무마다 팀원들의 피드백은 필수였습니다.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파악할 수 있고, 여러 의견들 속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피드백의 장점이었지만..


유관부서나 협업자가 아닌 팀 전체의 피드백을 모든 업무 과정에서 시시 때때 받다 보면 나중에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전 신입이 아닌데도 이메일 피드백도 줍니다... 네...)


'그럴 거면 네가 해..'

내 업무의 책임자는 나인데, '이건 이래서 아닌 것 같고, 저건 저래서 아닌 것 같다'라는 의견을 끊임없이 듣다 보니 이 피드백이 진짜 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본인들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내기 위해 하는 것인지 의문만 들었습니다.


서로 부족한 점에 대한 피드백이 아니라, 이런 피드백 문화는 저와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이 두려워지고 자존감도 자꾸 낮아졌으며, 업무에 대한 만족도나 책임감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결국 과한 피드백은 득이 아니라 독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위에 설명했던 첫 번째 단점의 내용처럼 그들도 업무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저렇게까지 피드백을 했나 싶습니다.



각자도생


스타트업에서는 아무도 본인을 케어해주지 않습니다.

난관에서 스스로 헤쳐나가야 하고 본인의 성장을 위해 알아서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신입보다는 경력직으로 스타트업에 입사하는 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


동료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업무마다 피드백은 받아야 하는데 회사에서 개개인의 성장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각자도생 하면 됩니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내 길을 찾아야 하고 목소리도 크게 내야 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기 십상입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장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자꾸 자존감과 책임감이 낮아지다 보니, 인사 업무에 대한 회의감도 많이 들었어요.

원래도 인사 분야에서 어떠한 사람이 되겠다는 큰 목표가 없기는 했지만, 내가 과연 이 일을 원해서 하는 게 맞나 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가장 큰 문제는 '나의 일과 업'에 대한 동기부여가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어쨌든, 저는 스타트업을 퇴사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조직문화가 저와 맞지 않았던 점도 있지만, 이곳에서의 저의 커리어적 미래는 보이지 않았고 그렇다면 꾹 참아봤자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나쁜 경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스펙도 뛰어나고 열정도 있으며 성격도 나이스 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전 회사에서는 없었던 서로 존중하는 태도가 무엇인지도 경험했거든요.


다만, 아쉽게도 저와 맞지 않았던 것뿐이겠죠.

퇴사한다고 하니, 전직장 동료가 보내준 사진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이 것도 다 저의 인생의 한 페이지이고 저는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세상의 퇴사하는 모든 직장인들을 응원합니다. 모두, 다 잘 될 거예요. Better things are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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