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준생 예비강사
필라테스 예비강사로서, 절대 닮고 싶지 않은 강사들이 있습니다.
그런 강사들을 보며, '나는 저런 강사가 되지 말아야지.'라고 늘 되뇌어요.
19년도부터 지금까지 필라테스를 쭉 해오고 있습니다.
그 기간 중, 한 번의 이사가 있어 두 동네에서 여러 군데의 필라테스 센터를 옮겨 다녔고 퇴근하고 다니려고 회사 근처로 옮긴 적도 있어요.
한 곳에서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와 잘 맞는 강사님을 만나지 못한 것도 있었고 좀 더 수업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 떠난 것도 있었어요.
그렇게 옮기고 옮겨 지금의 필라테스 센터를 만나게 되었는데요.
지금은 다행히도 저와 딱 맞는 강사님을 만나 만족하고 다니고 있는 중입니다. :)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그만큼 많은 강사님들도 만났는데요.
솔직히 마인드도 인성도, 수업 태도도 별로인 강사님들 참 많았습니다.
수업이 재미없다고 느끼거나 스타일이 안 맞는 거야, 그 강사님과 저와 서로 성향이 달라 그런 것이지만 회원에게 대해야 할 기본 마음가짐부터 안되어 있는 강사님들이 많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그런 강사님들을 보며 '나는 절대 저런 강사가 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합니다.
처음 필라테스를 할 때의 저는 무척 마른 상태에 골격근량도 매우 적었습니다. 운동을 해본 적도 없었기 때문에 근육을 어떻게 쓰는지, 힘은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무지한 상태였죠.
그래서 수업을 잘 못 따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럴 때 강사님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듣는 게 너무 속상하고 자존심 상하더라고요.
'회원님, 이거 무게가 얼마 나가지도 않는데 못 하시면 어떡해요.'
'회원님, 아니 이 정도는 하셔야죠. (웃음)'
저의 인바디 결과를 보시고는 '종이인형'이냐며 웃으신 강사님도 계셨고, 수업 도중 매트에 누워있는 저의 배를 누르면서 '왜 이렇게 튀어나왔지?'라고 무례하게 말씀하신 분도 계셨어요. 소심한 저는 한 마디도 못하고 속을 삭혔습니다.
어떤 회원이 수업 도중, 기구를 세게 내려놓으니 버럭 하시는 분도 목격했습니다.
그럴 때는 회원에게 뭐라 하는 게 아니라 '기구를 힘 조절하지 않고 내려놓으면 회원님이 다치실 수 있어요.'라고 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회원은 잘 모르는 게 당연하고, 체형과 자세가 올바르지 않은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니 돈을 주고 비싼 수업을 듣는 것이고요. 그런데 우리가 가르치는 입장이랍시고 회원을 무시하고 무안을 주는 태도가 과연 강사로서의 자질이 있는 걸까요.
세상에 수업 시간을 안 지키는 강사가 있냐고요?
네, 제가 겪었습니다...!
가끔 1분, 2분씩 늦게 들어오시는 거야 사람이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원들은 이미 다 참석한 상태에서 강사님만 기다리는데, 다른 회원과 수다 떠느라고 수업에 제 때 안 들어오는 건 기본 태도가 안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수다 떠는 거 좋죠. 회원들과의 유대감과 라포 형성에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그래도 다음 수업이 우선 아닐까요?
그리고 저는 운동 후 스트레칭까지 가르치는 게 강사의 몫이고 수업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수업에서 쓰인 근육에 따라 스트레칭이 달라질 수도 있고, 스트레칭을 잘못하다가 부상 입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50분 수업에 남은 몇 분의 스트레칭 시간을 회원에게 알아서 하라며 내버려 두는 분도 봤어요. 어리둥절!
수업 시간 50분이 길진 않지만, 강사와 회원 간의 약속된 소중한 시간이고 회원 입장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친근감의 표시로 반말을 섞어서 말씀하시거나, 회원과 충분히 오랫동안 함께 수업해서 친해진 상태라 반존대로 말씀하시는 강사님들을 종종 보는데요. 저는 이건 회원이 개의치 않으면 문제 될 거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회원에게 '00 씨'라고 부르시는 원장님이 계시더라고요. '원장'이라 그런진 모르겠으나, 회원이 직장 동료도 아니고 후배도 아닌데 수업 때도, 인사할 때도 왜 '00 씨'라고 부르시는지 이해가 안 갔어요.
무엇보다 저는 저 센터의 재등록은 물론이고, 수업 횟수가 많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어버린 이유가 있었는데요. 센터 일정에 따라 수업일 변경을 요구하시고, 인원 미달로 폐강되었다며 사전 공지도 없이 수업 취소해버리시는 등 자꾸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셔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최악의 강사님이셨습니다! '원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으면 회원을 편하게 대해도 될까요? 필라테스 강사도 서비스 직종입니다.
그래도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열정 없이 수업에 들어오는 강사는 절대 되고 싶지 않아요.
이제 여러 센터를 다녀보고 다양한 스타일의 강사님들을 만나보니, 수업을 잠깐만 들어봐도 이 강사님이 초보인지, 준비를 많이 해오셨는지, 대강하러 오신 건지 느껴져요.
저뿐만 아니라, 필라테스를 오래 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강사보다 더 운동을 잘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고요. 그런 분들에게는 열정 없이 수업하시는 강사님들의 모습이 더욱 티가 날 거예요.
제가 근무하는 센터 강사님들을 보면요. 시퀀스 열심히 준비해오시고 수업 전 항상 30분, 1시간 일찍 오셔서 동작 연습하시고, 회원 분들에게 하나하나 섬세하고 친절히 알려드리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어쩌면 그게 당연한 건지도 모르지만 당연한 게 쉽지만은 않죠.) 주말을 반납하여 워크숍도 다녀오시고 계속 공부하시는 걸 보니 본인의 직업에 애정이 많으신 분들이더라고요.
'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게 언제나 저의 꿈인데요. 저희 강사님들을 보면서 예비 강사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임경선 작가님의 '태도에 관하여'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태도란 '어떻게'라는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그 사람을 가장 그 사람답게 만드는 고유자산이다.
라는 구절이 참 좋아 기록해놓고 아직도 꺼내어 보는데요.
누구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이 인생이라는 시간을 나는 어떠한 태도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고,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늘 고민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취준생 시절, 이 책을 읽고 개인블로그에 적어두었던 '성실함의 태도'에 대한 글들을 오랜만에 보니 저는 참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주고 싶어요.
미래에 프리랜서를 꿈꾸었던 27살의 저는 5년 뒤 정말 제가 원하는 삶을 보내고 있고, 그럴 수 있었던 데에는 지금까지 성실하게 주어진 일들을 해오며 더 넓은 혜안을 동반한 성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필라테스 강사가 되어서도 이 태도를 잃지 않고 또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 지금 제가 그리던 미래에 도착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아, 그리고 '태도에 관하여'는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이니, 시간 나실 때 한번 읽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른 사람은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어떤지 엿보는 것도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