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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라이터 Aug 01. 2023

필라테스에서도 겸손이 필요하다

매일이 필라테스


필라테스 인생을 걷는다


회원으로 운동을 시작해 필라테스 지도자 협회에서 교육 네 달, 동작 및 티칭 시험 합격까지 두 달 걸렸다.


퇴사를 하면서 나는 꼭 6개월 안에 자격증을 따겠다 했는데 얼추 성공한 셈이다.


그리고 지금은 강사로서 첫 수업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빨리 취업하게 될 줄도 몰랐다.


햇병아리 초보 강사로 취업한 나를 센터에서 아직은 믿지 못하는지 첫 수업일 전까지 일종의 교육 시간을 갖기로 했다.


배우면서 시작할 수 있는 곳에 취업되어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으로 센터에 나가기 시작했다. 말을 교육이라고 표현했지만, 내가 시퀀스(운동 프로그램)를 짜오면 실제 수업처럼 티칭을 하고 피드백을 받는 시간이었다.


협회에서 배웠던 것만으론 현장에서 써먹을 수 없을 것 같아 기존에 쌓았던 지식을 내려놓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퀀스를 짜기 시작했다.


하나의 시퀀스를 완성하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교재, 유튜브, 내 레슨 기록들, 옵져 내용들, 서적.

여기저기서 참고할 건 다 참고하여 머리를 굴렸다.


시퀀스를 짜는 일은 내가 했던 공부(?) 중 가장 어려웠다.


시퀀스는 결코 금방 짤 수도 없었고 간단한 문제도 아니었다.


그 이유는 동작의 연결성과 전체 흐름을 다 따져야 하고, 수많은 동작들 중에서도 어떤 구성으로 더하고 뺄지도 고민해야 한다.


기구 무게 세팅도 중요하다. 너무 무게를 자주 바꾸면 안 되는데 그래서 세팅의 흐름에 따른 동작들이 필요하다. 무게가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도 안된다.


그리고 필라테스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오늘의 운동 주제가 “하체” 여도 하체만 움직이는 동작만 넣는 것이 아니라 전신을 다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다.


이틀을 시퀀스에 매달려도 난 너무나 부족한 사람같이 느껴질 정도로 시퀀스의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 수업에 대한 책임이 더욱 무겁게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퇴사 후에도 벗어나지 못한 피드백의 굴레


나의 모의수업과 시퀀스는 그다지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내 수업에서 부족한 부분-동작이 더 추가되면 좋겠다던지, 동작의 난이도가 너무 낮다던지, 말이 너무 빠르다던지-들에 대한 피드백은 너무 감사히 받아들였지만,


“저였으면 그렇게는 안 했어요.”, “이건 왜 여기 넣으신 거예요?”라는 어감이 센 피드백들은 마음이 안 좋았다.


강사들에 따라 시퀀스 구성이나 수업 스타일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는 점진적 단계로서 마지막 동작에서 클라이맥스를 터트리고, 누군가는 수업 난이도의 높낮이가 액티브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클래식 필라테스를 배운 강사와 모던 필라테스를 배운 강사의 스타일은 또 다를 수 있고, 필라테스를 헬스처럼 가르치길 좋아하는 강사라면 고전 필라테스의 움직임은 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나는 반대로 헬스 같은 필라테스를 매우!! 싫어한다.


누군가는 똑같은 자세로 여러 동작을 추가해서 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누군가는 누웠다가 일어도 났다가 사이드로도 움직여주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물론, 포지션의 움직임 횟수가 너무 부산스럽게 많아지면 회원들에게 좋은 시퀀스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위와 같은 피드백의 기준은 피드백 주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고, 틀림이 아니라 다름에서 오는 피드백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나는 아직 한참이나 부족한 초보이기 때문에 수업 진행에 대한 부족함이 여과 없이 드러났겠지만..


“이렇게 하면 아무도 쌤 수업 안 들을 걸요?”라는 말은 나의 멘탈을 강하게 흔들었지만 꽉 붙잡았다.


축 쳐진 마음으로 센터에서 나오면서 생각했다.

-도움 되는 피드백만 걸러 듣자

-감정적인 피드백은 무시하자

-여러 쌤들에게도 피드백을 들어보자

-이왕 하기로 한 거, 이 악물고 해 보자

-나는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주는 피드백을 주지 말자


(그나저나 회사를 나오면 피드백 잔치는 끝일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이구나...)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용기

필라테스에도 겸손이 필요하다


필라테스 강사로서 첫 발을 내딛으며 드는 생각은 ‘겸손해지자, 또 겸손해지자’였다.


필라테스를 좀 해봤다고 쓸데없는 자신감으로 배우려 하지 않거나 혹은 어떤 동작에 대해 깊이 알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지양하기.


협회에서 배워온 것들은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는 자세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알고 있는 방식이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회원님들 앞에서 어려운 용어를 쓰는 대신 알아듣기 쉽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기.


내가 어렸을 적, 언니의 이메일 주소나 아이디에는 항상 kyomson이 들어갔는데, 왜 모든 아이디를 그렇게 만드냐고 했더니 언제나 겸손함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더라.


나도 언니처럼, 언제나 겸손함을 잊지 않고 필라테스 강사로서의 삶을 이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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