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면접 후기

원하는 연봉이 어떻게 되세요?

by 은늘

2024년 11월 8일 금요일. 아침 10시 50분 면접이 잡혔다. 논현으로 향한다. 퇴사 후 열한번째 면접이다. 나는 항상 약속 시간에 삼십분 정도 먼저 도착하려 한다. 그래서 면접 장소에도 항상 일찍 도착하는 편이다. 오늘도 느긋하게 한시간 반정도 여유를 두고 집을 나섰다. 왠지 모르게 버스를 타고 가고 싶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에서 1시간 정도 면접 연습도 하고 오랜만에 지하말고 창문 좀 보고 가자‘


생각보다 길이 막힌다. 이대로면 면접 시간에 늦는다. 도착해서 정류장에 내리고보니 아, 정류장이 헷갈려서 한정거장을 더 와버렸다. 영동시장,논현역 1번출구 정류장에서 내렸어야 했는데, 논현역에서 내려버렸다. 뭐 정류장 이름이 이렇게 헷갈리게 만들었는지 원망스럽다. 내리자마자 네이버지도를 켜고 전력질주 했다. 다행히 면접 장소에 1분 남기고 도착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면접장에 들어선다. 하필 내가 첫번째 면접자였고 바로 면접장소에 들어갔다.




면접 시작

5분 정도 안쉬고 뛰었더니 호흡이 거칠어 말을 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면접관들이 숨좀 돌리시라며 물도 가져다준다. 와 이래도 되나. 어찌저찌 면접이 시작되었다. 준비되면 자기소개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안녕하십니까, ㅇㅇ직무에 지원한 ㅇㅇㅇ입니다. 제가 이 직무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면접은 봐도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타고난 성격이 낯을 정말 심하게 가린다. 면접을 100번, 1000번 본다고 해도 똑같이 떨릴 거 라는 걸 난 안다. 게디가 면접에서 자주 떨어지다보니 자존감이 닞아진 상태다. 내가 왜 떨어질까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니 나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날 뽑고 싶을까. 내가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그간에 면접을 돌아보며 나를 왜 떨어뜨렸을까를 생각해보니 '의욕이 없어 보여서 이지 않을까' 라는 결론이 났는데 그래서 오늘 면접에서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했다. 휴. 뭐라도 개선해 봐야지. 라는 생각이었다.


노력한다고해서 그렇게 보여질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열정 어린 눈빛도 장착하고 지원한 직무에 열정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오늘 지원한 직무에는 내가 졸업한 학과의 전공을 우대하는 자리였고 전공을 우대함과 동시에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뽑는 자리였다. 나한테 딱 맞는 직무라고 생각했다.





반복적인 업무 vs 창의적인 업무

면접관은 내 이력서를 보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걸 좋아하는 지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걸 좋아하는 지 물어봤는데 난 사실 둘다 좋아하는 편이라서 업무적으로는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여가 시간에 하는 일은 창의적인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솔직히 일로 반복적인 업무가 주어지면 오히려 좋은게 아닌가.



실직의 기간이 길어지다보니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신청을 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신청하면 담당자분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꼭 해야하는 정해진 과제가 있다. 과제 중에 직업선호도검사(L형)라는 걸 하게 되었다. 선호하는 직업에 예술형(A)과 탐구형(I)가 나왔다.


선호도 검사대로 원하는 일을 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선호도는 제쳐두고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 반복적인 업무에 거부감 없이 그 속에서 재미?를 찾아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너무 두루뭉술한 답변인가.



연봉을 이렇게 정한다고?

그리고 다른 면접에서 들었던 질문과 비슷한 질문은 팔로워의 성향인가 리더의 성향인가, 동료와 갈등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이었고 미혼 기혼 여부, 출퇴근 소요 시간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연봉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생각하는 연봉 액수가 있냐는 질문에 생각해갔던 액수를 말했다. 그랬더니 그것보다 낮은 경우에도 괜찮겠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직장이 급하니 협상 따위 하지 못하고 최대한 연봉을 깎아 부르고 면접을 마쳤다. 하. 비참하기도 하고 내 경력은 다 물인건가 싶기도 하면서 멘탈이 탈탈 털린 채 면접을 마쳤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니 면접에서 나온 질문 그리고 내 답변에 대해 다시 복기해보게 된다. 근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결과가 나올 때 까지 면접은 되도록 잊고 있는 게 나은 것 같다. 내가 했던 답변을 생각하면 왜 이렇게 답했지, 왜 그렇게 말했지. 이렇게 답한게 불합격의 요인이 되려나 와 같은 아쉬운 기분만 든다. 다음주 중으로 합격, 불합격자 모두에게 연락을 주겠다고 하니 기다려보자.


상상과 현실의 괴리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다. 미친척 하고 지금과는 다르게 당돌하고 당차게 면접을 봐볼까 싶다가도 상상만으로도 힘들고 되도 않는 생각이라 바로 포기다. 그리고 막상 면접관 앞에 앉으면 그냥 똑같은 내가 되고 만다는 걸 안다.


다음주에도 두개의 면접이 잡혔다. 어쨌든 나는 지금은 회사를 다니기로 결정을 하고 면접을 보는 것이니 면접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조금은 덜 아쉬운 면접을 볼 수 있길 바래본다.


면접이 끝나니 11시 30분 쯤 되었다. 평일인 금요일 점심 시간에 지하철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다닌다. 세상에 사는 사람 만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겠지 싶다. 내가 회사 밖의 삶의 방식을 택한다면 나인투식스가 아닌 다른 시간의 형태를 살아볼 수도 있을까도 궁금해진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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