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수요일에 스타트업 CS 직무 면접을 보게 되었다. 마지막 업무가 CS 업무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원하게 되었는데 면접 일정이 잡혀서 보게 되었다.
A스타트업 면접은 1대 1로 진행되었다. 언제나 그랬듯 물 한 병을 받고 면접볼 곳으로 안내받았다.
차분한 인상의 면접관이 들어왔다. 간단한 자기소개 후 지원한 회사에 대한 애정도를 알아보려는 질문이 시작됐다.
우리 회사를 어떻게 알고 지원하게 되었는지, 왜 다른 회사도 많은데 우리 회사를 지원하게 되었는지, 해당 서비스를 접해본 적이 있는지, 산업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 직무와 내가 잘 맞을지 이전 업무와 경험들 그리고 내 성격에 대한 것까지 꼬리 질문들이 이어졌다.
난 사실 회사에 애정이 있어서 지원한 건 아니었다. 회사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내가 애정을 갖고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업무에 지원하는 편이었고 회사의 방향성이나 가치가 나와 맞다고 생각이 들어서 지원한 거였다. 이 내용이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기억나는 질문은 다양한 직무 경험이 많은데 왜 CS 업무에 지원했냐는 것과
커리어적인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면접은 30분 정도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회사에 궁금한 점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회사에 대해서 더 잘 알아보고 가야 질문 내용이 좋았을 텐데 즉석에서 생각나는 것을 질문하다 보니 간단한 질문을 끝으로 면접이 끝났고 다음 주 중으로 결과를 알려주겠단다.
B스타트업 면접은 3 대일로 진행되었다. 실무자 2명과 인사담당자 1명이 내 앞에 앉았다. 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고 각자 준비해 온 질문들을 순서대로 진행했다. 로봇처럼 내뱉기 시작했다. 이렇게 딱딱하고 형식적이면서도 과제하듯이 진행된 면접은 처음이었다.
기가 빨리는 기분이다.
면접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회사와 나를 맞춰가는 과정이고 같이 일할 실무자나 팀장이 면접관으로 참여할 경우 나와 잘 맞을지에 대한 부분도 알 수 있다. 이 면접에서 그런 부분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자신들이 준비한 질문들을 숙제하듯이 끝내려는 게 눈에 보이니 뭔가 답답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열심히 대답하고 있던 내가 힘이 빠졌다.
그리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3명의 면접관 모두가 면접 내내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서 질문을 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질문은 만약에 한 달 내에 퇴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떤 것 때문에 퇴사할 것 같은지? (이 질문이 굉장히 난해하고 심지어 기분이 나쁘기도 했는데 내각 잘못됐나 궁금했다)
'불만, 불만족, 퇴사, 부당한 업무 지시, 팀 내에 불화 등등
면접에서 이런 단어들을 넣어서 물어보기로 하자'라고 합의를 하기라도 한 것 것처럼
비슷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솔직히 부정적인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어느 면접자가 맘에 안 드는 대답을 하겠는가. 예를 들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어떻게 대응하겠냐는 질문에 과연 예상 답변을 벗어나는 답이 얼마나 있을까.
스타트업의 특성상 CS업무를 하는 직원의 수가 적고 한 명이 다양한 업무에 전반적인 관여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활 거고 지속적으로 힘든 상황이 발생할 거라는 말을 반복한다. 만만하게 보고 입사했다가 퇴사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지 미리 알려주려고 하는 경향이 강했다.
본인의 실수로 인해서 고객이 피해를 입었고 그로 인해 회사의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판매자의 실수로 고객이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비슷한 질문을 받았다. 솔직히 이미 정해진듯한 답을 했다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사과를 하고 가장 적합한 처리 방법을 찾아서 처리한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생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이긴 하다. 뭐 방법이 있겠는가 사람이 하는 일에 당연히 발생하는 일들이고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거다.
나의 대처는 우선 사과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후 적절한 조치를 한다는 말을 길게 풀어서 말했다.
그 상황이 왔을 때 과연 그렇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은 따로 검증이 안되니 이렇게라도 확인하려는 질문의 의도는 알겠으나 실무자를 뽑을 때 이 답변이 얼마나 참고가 될지 사실 의문이 들었다.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는 했지만 뻔한 답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CS 업무 면접을 여러 번 보다 보니 나는 꽤 솔직한 편이라서 가장 힘들었던 업무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강성고객이 무지성으로 욕을 하는 상황이라는 걸 자주 말하곤 했었다. 솔직하게 내 어려움을 말하면 반드시 돌아오는 말이 있다.
그런 상황이 많으실 텐데 하실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내가 질문의 의도를 잘못 파악한 걸까. 가장 힘들었던 업무 경험이라는 건 업무를 지속하지 못할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럼 이런 질문엔 어떻게 답해야 할까. 사실 잘 모르겠다. 어떤 답을 해도 꼬리를 물어 트집을 잡으려면 잡을 수 있는 질문이라 면접관 입장에서 면접자를 쪼기에 편한 질문이라는 생가밖에 안 든다.
CS 직무에서 여러 번 불합격하다 보니 내 답변 방식이 잘못됐는지 생각하게 되면서
내 성향이 고객상담 업무와 맞지 않아 보이는 건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전 직장에서 큰 어려움 없이 상담 업무를 진행했었는데 입사 전부터 이런 험난한 질문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직무를 변경해서 업무 지원을 해야 되나 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