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작은 카페에서 일해요
지난 주말부터 동네 카페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카페 알바 경험이 거의 없는 나를 뽑아준 천사 같은 사장님 덕분에 3-4년 만에 다시 카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주말 알바자리에 금요일 면접 후 다음날 출근하기로 했다. 가릴 게 없다. 즉시 출근 무조건 가능이다.
내가 일하게 된 카페는 서점 안에 있는 작은 카페다. 나는 마감 파트라서 3시부터 10시까지 일하게 되었다. 주말만 일한다고 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할 순 없다. 작은 카페라도 메뉴는 수십 가지고 어떤 메뉴 주문이 들어올지 모르니 모든 메뉴의 레시피를 외워야 한다. 포스기도 오랜만에 눌러보고 포스기 마감하는 법도 배웠다.
주문을 받고 음료를 제조한다. 배민, 쿠팡이츠 주문도 받고 포장도 한다. 음료에 들어갈 소스나 크림이 부족하면 만들기도 한다. 설거지는 당연히 한다. 작은 카페라도 메뉴가 수십 가지라서 커피, 논커피, 에이드, 티 등 모든 메뉴를 주문 즉시 제조한다. 간혹 레시피북에 없는 음료 주문이 들어오면 머리가 하얘지기도 한다. 앞으로 마감은 혼자 해야 하는 터라 모든 걸 혼자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숙달되어야 한다.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2급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었다. 자격증을 따고 곧바로 써먹고 싶어서 카페 알바를 지원해서 한남동에 있는 카페에서 처음 알바를 했었다. 처음 일하게 된 카페는 3층짜리 대형카페였고 옥상 포토스팟이 소문나서 주말에 사람이 굉장히 많은 카페였다. 대형카페에서는 오히려 작은 카페보다 일이 세분화되기도 한다.
나는 주로 설거지와 뒷정리, 얼음컵 만드는 담당이었다. 바리스타 보조 업무라고 불리는 일이기도 한데 조금은 깐깐한 사장님은 내가 못 미더웠는지 커피 머신을 잘 못 만지게 했었다. 대형카페도 코로나로 매출이 줄어서 가장 나중에 들어온 두 명이 해고당했고 그중 한 명이 나였다. 열심히 얼음컵 만들고 설거지 하다가 잘렸다.
작은 카페는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고 더 잘 배울 수 있다. 지금 일하는 매장이 주말에도 크게 바쁘지 않아서 적응하는 데에는 오히려 수월하다. 무엇보다 천사 같은 사장님이 실수를 해도 그럴 수 있지 라며 눈 감아주시는 게 크다. 부디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나 자신아.
사무실 업무와 비교했을 때 거의 서서 일하고 쉼 없이 움직여야 하니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더 재밌고 내 성향에 더 잘 맞는다.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청소도 좋아하고 내향형 인간에게 장사만 잘 되면 작은 카페가 딱이란 생각이 든다. 레시피도 어느 정도 만들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고 어쩌면 더 건강한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직종이 아닐까 싶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습관 때문에 일하는 시간에 소소한 얘기 하는 것 마저 어색한 나다. 좀 더 재밌게 마음을 열고 일해도 좋을 것 같은데 그저 로봇이 된다. 적응하는 거 잘하니까 빠르게 적응하고 재밌게 카페 일 해보고 싶다. 나 책임감 빼면 뭣도 없다. 1년이상 하기로 했으니 끝까지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