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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참다가 빵을 사 먹었다

빈곤한 나날들

by 은늘

수입이 없으니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렇게 빈곤한 생활을 했던 적이 있던가. 답답한 마음에 공원을 산책하려는데 가는 길에 빵집이 있었다. 며칠 동안 빵을 먹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참자하고 간식 무지출 챌린지를 했다. 간식은 먹으면 오히려 살만 찌고 건강에도 안 좋다며 합리화를 하며 간식 먹을 돈을 아꼈다.


평소 지나다니던 길이었는데 그동안은 보이지도 않던 빵집이 빠른 걸음에도 시선을 뺏는다. 지나가는 걸음에 유리 너머 흘깃 본 것뿐인데 포근한 빵들이 아른거려서 결국 가던 길을 돌아서 빵집에 들어갔다. 뺑오쇼콜라를 사고 이왕 먹을 거 맛있게 먹자 싶어 편의점에서 우유도 산다.


지금 나의 빈곤이 언젠간 나아질까 아니면 지속될까. 인생 최악의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세상이 잿빛으로 보인다. 어두운 터널에 갇힌 기분이다. 누군가 나를 짓누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은 먹고 싶어 하는 내가 웃기다. 빵이 뭐길래...


공원 벤치에 자리 잡고 큰맘 먹고 산 빵 인증샷을 찍고 한입 베어문다. 바스러지는 식감에 달달한 초콜렛이 씹힌다. 참았다 먹으니 더 맛있는 거 같다. 빵 정도는 큰맘 먹지 않아도 사 먹던 나였는데 이렇게 빵 하나에 고심하고 소중하게 음미하는 내가 됐다. 무엇이든 당연할 때 소중함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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