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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이 Aug 31. 2023

Chap.05 나의 건선 치료과정(feat. 병원찾기)

건선이 처음 발병한 것은 2015년이었고 진단은 2016년 9월쯤에 받았다. 처음에 건선이 생긴 부위는 눈썹 부근이었고 나중에는 두피, 이마, 턱, 양쪽 팔꿈치, 무릎으로 퍼졌다. 초기였을 때 동네 피부과를 먼저 갔는데 한 곳은 나보고 긁어서 그런거라며 어이없는 말을 했고 두 번째로 간 곳은 지루성 피부염이라고 했다. 세 번째로 간 곳은 연고 처방을 해주긴 했으나 효과가 조금 있는듯 했으나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진료의뢰서를 써달라고 했는데 의사가 의뢰서까지 뭐가 필요하냐며 차병원 정도 가면 된다고 했다. 환자가 3차 대학병원을 가고 싶다는데 왜 의뢰서를 써주는 것을 꺼려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1차 의원에서 충분히 치료를 했고 차도가 없으니 대학병원을 가려고 하는 것인데 왜 그게 의사에게 껄끄러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 


서울아산병원 진료는 초진의 경우 생각보다 금방 잡힌다. 그래서 예약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병원을 처음 방문해서 진료카드를 만들었고 교수를 보러 가기 전에 예진을 먼저 했다. 예진에서 엄청난 문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떤 피부 문제로 왔는지, 그리고 보험 적용을 위한 진료의뢰서 확인을 했다. 이후 내 차례가 되어서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여자선생님께 진료를 봤고 옆에는 레지던트가 있었다. 의사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건선"이라고 진단을 내려주었으며 엘리델크림과 두꺼워진 피부를 연화시키는 유레아 크림, 그리고 항히스타민제를 처방해주고 끝났다. 

건선이 어떤 병이고 어떤 원인에 의해서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진정한 3분진료였다. 이러한 약들을 처방해주고 3개월 후에 보자고 했으며 그때도 차도가 없으면 조직검사를 하겠다고 했다. 엘리델 크림은 아토피 연고로도 쓰이는데 프로토픽과 비슷한 면역억제제다. 나는 엘리델 크림의 효과를 하나도 보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이미 건선으로 인하여 피부가 꽤나 두꺼워진 상태였고 면역억제제가 들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1주일이 지나고, 2주일이 지나도 피부에 차도가 없었다. 나는 이 상태로 있다가는 더 이상 차도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워졌다. 그래서 부랴부랴 건선에 대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유명한 의사에게서 진료를 보기 위해서 EBS 명의편을 보게 되었다. 방송에는 피부 건선의 대가로 유명한 윤재일 교수님이 나왔다. 서울대에 계셨기 때문에 진료를 보기 위해서 홈페이지를 들어갔으나 교수님이 계시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서울대학병원에서는 은퇴를 했고 국립중앙의료원에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국립중앙의료원에 전화를 해서 예약을 잡았다. 병원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에 있기 때문에 집하고 거리는 꽤 되었지만 그때는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10월쯤에 방문을 한 그곳은 첫 진료를 보기 전에 우선 문진표를 작성했다. 언제 건선이 발생했고 어디서 진단을 받았는지 상세하게 조사했다. 그리고 교수님을 만나뵙는데 교수님께서는 얼굴에 건선이 꽤 심각하고 다른 부위에도 골고루 다 퍼져 있으니 광선치료나 먹는 약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셨다. 

우선은 연고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 처음에 다이보렉스와 아드반탄, 자미올이라는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해주셨다. 교수님은 스테로이드제에 대해서 사람들이 두려워 하지만 의사의 지시대로 사용을 한다면 부작용이 나지 않는다고 안심을 시켜주셨고 우선 2주 정도 사용을 한 후에 보자고 하셨다. 아드반탄 연고를 사용한 후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얼굴에 생겼던 두꺼원 각질이 점점 벗겨지기 시작했고 피부가 많이 얇아졌다. 팔꿈치 역시도 상태가 호전되었다. 연고의 효과로 인하여 광선치료는 하지 않게 되었다. 


약의 경우 면역억제제를 고려했으나 피검사 결과 간수치가 상당히 높게 나와 간 초음파를 따로 보게 되었다. 나는 원래 술을 먹지 않는데 지방간이 있다고 나왔고 이로 인하여 면역억제제 복용을 교수님께서 고려하지 않으셨다. 당시 내 몸 상태를 고려한다면 연고로 호전이 되어서 다행이다. 면역억제제가 간에서 대사가 되기 때문에 지방간이 있으면 약을 사용할 수 없다. 연고가 듣지 않았더라면 광선치료 밖에 방법이 없었을 것 같다. 당시 내 상태가 피부과에서 바라보는 중증의 경우는 아니었기 때문에 생물학적제제는 사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건데 내 건선 크기는 한쪽 손바닥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다. 


그 다음에는 연고를 스테로이드와 비타민이 섞인 칼시베타로 바꾸었다. 두피의 경우 연고를 써도 효과가 별로 없었다. 자미올이 꽤나 강한 스테로이드제임에도 불구하고 두피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꾸덕한 자미올때문에 오히려 가려움증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 그래서 칼시베타겔로 바꿨다. 국립중앙의료원을 거의 2년 동안 다니면서 다양한 연고를 사용했다. 처음에 강한 스테로이드제를 쓴 덕분인지 얼굴의 경우 빠르게 호전을 보여서 3개월 쯤에는 건선이 있던 환자인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후 프로토픽으로 연고를 바꾸었는데 처음에는 초록색이 들어간걸 사용했고 나중에는 하늘색이 들어간 것을 사용했다. 


팔꿈치의 경우 호전되기는 했으나 그 속도가 얼굴처럼 빠르지는 않았다. 두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나는 두피건선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머리를 자주 감아도 올라오는 각질때문에 비듬처럼 보였고 딱 봐도 딱지가 생겨서 두피 상태가 안좋아보였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두피 영양제나 보습제 등도 구매해서 써봤으나 효과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칼시베타겔을 거의 2년 가까이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두피에 딱지가 생기고 피가 나고 각질이 일어나는 것은 바뀌지 않았다. 


나중에는 교수님께서 개인 병원을 차려서 나가게 되면서 인샤인피부과로 옮겼다. 그때 엔스틸룸 폼이라는 신약이 나와서 칼시베타 대신에 그것을 사용하기도 했다. 우선 폼 형태라서 끈적거리지가 않는게 장점이었다. 2018년에는 두피 건선이 조금 호전되어서 빨갛게 부어오르고 했던 것은 나아졌지만 2019년에는 다시 악화되었다. 이후 2020년에는 샴푸를 바꾸면 효과가 있을까 싶어서 인터넷을 검색해 폴리젠 샴푸를 사용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반적인 샴푸에 비해서 덜 자극이 되어서 그런지 폴리젠 샴푸가 나에게는 어느정도 효과는 있었다. 가려움증이나 두피건선의 악화는 덜 일어났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완치 수준으로 끌어 올려준 것은 아니었다. 이후 화농성 한선염의 악화로 인하여 갑작스럽게 병원 예약을 찾으러 다니다가 삼성병원을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한선염 항생제와 두피건선 치료제로 에스파 로숀을 받았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했던 두피건선 치료제 중에서는 에스파로숀이 그나마 효과는 제일 나았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두피건선은 완치되지 않았다. 애초에 건선이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완치라는 개념이 없기는 하다. 현재 나의 건선 상태는 얼굴과 무릎, 양쪽 팔꿈치는 없으나 두피건선만 남았다. 두피건선이 밑으로 내려오면서 귀 뒤쪽에도 건선이 남아있다. 이쪽 부위가 정말 잘 낫지 않는 것이 엔스틸룸이나 칼시베타를 사용해도 그때뿐이고 결국은 다시 생긴다. 


두피건선의 경우 올해 초만해도 조금 더 호전이 되나 싶었으나 원상태로 돌아왔다. 지금은 빨갛게 부어오르거나 두꺼운 딱지가 생기는 수준은 아니지만 각질이 여전히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매번 침구를 정리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무래도 두피건선은 현재까지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약으로 치료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건선관절염으로 인하여 코센틱스를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코센틱스를 쓴다면 그때 가서 두피건선이 호전될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동네병원을 전전하기는 했으나 발병한지 1년 안으로 대학병원을 방문하여 빠르게 진단을 받았고, 빠르게 치료를 시작했기 때문에 건선이 호전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에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도 많지만 의사들이 스테로이드가 신의 약이라고 부를 만큼 효과는 보증되어 있다. 의사의 처방대로 따른다면 스테로이드를 사용한다고 해서 큰 부작용을 겪을 일은 없다. 그리고 초반에 스테로이드를 잠깐 사용해서 잡았기 때문에 더이상 심각해지지 않은 것 같다. 


건선과 같은 질병은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더 심해지고 그때는 생물학적제제 처방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게 된다. 하지만, 피부 질환의 산정특레는 무자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준이 높고 엄격하기 때문에 생물학적제제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따라서 건선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나처럼 초기에 놓인 사람들은 하루 빨리 대학병원을 가서 정확한 진단과 함께 치료를 받아서 차도가 보이길 바란다. 내 치료과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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