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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세나 Feb 18. 2022

몰입의 즐거움 | 나의 삶 그 자체가 되기를

작년 이맘때 쯤, 직장을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받게 됐어요. 그 때는 가진거라곤 맥북하나(ㅋㅋㅋㅋㅋ) 그거 말고는 자산은 1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것이 정말로 너무나 불안했어요.


당장 내일도 알 수가 없는 현실. 병원은 들어가기 싫은데 돈은 벌어야겠고 그렇다고 또 다시 회사로 들어가자니 너무 싫고. 싫으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실천은 자꾸만 미루게 되고.


그러다 찾은 방법이 바로 '유튜브' 였어요. 저에게는 이게 마지막 희망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직장을 다니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마지막 선택지 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그놈의 유튜브에 미친듯이 매달렸어요. 잠도 안 자고 유튜브 공부를 하고, 유튜브 보다가 졸리면 요가매트 깔고 누워서 잠깐 눈 붙이고. 그러다가 일어나서 다시 영상 만들고.


그렇게 오로지 제가 해야만 하는 일. 그 일에만 모든 신경을 쏟아부었어요.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1년 반이 지난 지금, 많은 게 변했고 저를 미친듯이 힘들게 했던 불안감들은 조금씩 가라앉았어요. 




하지만.

불안감이 사라지는 자리에는 편안함이라는 더 무서운 녀석이 아주 조금씩, 가랑비 젖듯 저를 집어삼키고 있더라구요.


어느날 뒤돌아보니, 지금의 저는 그때보다 훨씬 더 겁쟁이가 되었고 도태된 사람이 되었어요. 현실에 안주하고 행동이 느려지니 노력에 인색해지고. 저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채로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거죠.


어제 저녁,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저는 사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걸 느꼈어요. 진짜 심각한 문제다, 이래서는 안된다,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저를 떠올리니 끔찍하다못해 숨은 쉬지만 죽은 사람 같다는 느낌마저 들더군요.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모두 올바르게 잡기 위해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됐어요. 평생동안 통장을 '텅장'으로, 오로지 생활비만 남겨둔 채 나머지는 저의 수중에 없애는 쪽으로 말예요. (사실 언제나 텅장이었는데...ㅎㅎ)




그냥 그게 너무 슬펐어요. 나는 뭐든지 꿈꾸는 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인데, 하면 일단 되는데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는 게. 그래서 성장하지 못했다는게. 더 할 수 있었는데 내가 나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었다는게. 너무너무 슬프고 속상했어요.


이 나태해진 생각과 썩어빠진 마음가짐을 뿌리째 뽑아내고 싶어서 강력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걸 느꼈고, 그래서 저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고 다시한 번 무언가에 '격렬하게 미쳐보자' 다짐을 하게 된 거에요.




매일 저녁, 자야 할 시간이 되었으니 침대로 가는 일상...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더라구요. 끔찍하더라구요, 나를 방치해두는 의미 없는 하루하루. 이제는 그 모든 걸 타파하고 싶어졌어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하는 몰입. 몰입의 즐거움 그 자체가 제 인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능하다면 눈 뜨고 숨 쉬고 살아 있는 이 모든 시간만큼은 제가 하고 싶은 일에 완전히 200% 모든 걸 쏟아붓고 싶다는 그런 마음.


버티다 버티다 버티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침대로 가야만 하는 하루. '아 오늘 정말 열심히 살았다'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날들을 만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늘 산책하다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꼭 이렇게 잠 안 자고 무언가를 해야만 그게 노력인건지 말이에요. 


내가 생각하는 열심이라는 거, 그 노력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여태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어서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달려왔구나 싶었어요.


링컨은 나무를 베는 데 1시간이 주어지면 45분을 도끼날을 가는 데 쓰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여태 도끼날은 볼 생각조차 못하고 그냥 멍청하게 '죽어라 도끼질만' 해댔어요.(ㅋㅋㅋㅋㅋㅋ아프지만 팩트)


그러니까 무작정 열심히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 열심히 해야 한다는 편견에 갇혀서 '열심히'하다가 지쳐 나가 떨어진거죠...




그렇다면 도대체 얼만큼 노력을 해야 노력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노력에는 순서(단계)가 있고 열심에는 정도가 있음을 깨닫게 됐어요.


노력의 순서를 명확히 알고 열심의 정도를 얼만큼 설정하는지에 따라서 제 삶은 메말라가는 재미없는 인생이 될 수도, 매일매일 가슴뛰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죠. 


정말 다행인건, 글을 쓰다보니 저는 제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명확히 알게 됐다는 거에요. '나는 그 순서를 알고 열심의 정도를 최대한 높이 두고 싶었던 거구나.' 앞으로는 열심의 정도를 계속해서 더 높여보면 어떨까 하고 말예요.. (더 높이면 높였지 낮추지는 못할 피곤한 팔자...) 물론 휴식이 필요할 때엔 적절히 쉬어가기도 해야겠지만 치열한 시간 없이 보내는 휴식은, 오히려 더 절망적이기도 하더라구요.


매 해 매 분기마다 이뤄내야할 목표가 있고, 매일 해야할 일이 쏟아지겠지만. 그리고 그 일들을 다 쳐내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이것 하나만큼은 제 인생에서 꼭 지켜내려 해요.


자기 전 침대에 누웠을 때 
'오늘하루, 정말 열심히 살았다'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그런 삶


10년 후 목표가 뭐냐 물으면 사실...ㅋㅋㅋ 내일 목표도 바뀌는게 제 인생인지라 쉽사리 말씀 못드리겠지만. 어떻게 살고싶냐고 묻는다면 이것 하나만큼은 자신있게 말씀 드릴 수 있어요.


몰입의 즐거움, 그것이 저의 삶, 그 자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거.




여러분은 이 짧은 시간들을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원하는 삶을 만들어나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드리며 글 마무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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