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 위를 걸을 때마다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감각은 세상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한 언어처럼 다가온다. 부드럽고 촉촉한 흙과 초록의 잔디가 내디딘 발걸음을 감싸며, 말없이 나를 환영한다.
맨발로 풀밭을 밟는 순간, 발끝에서부터 느껴지는 풀이 스치는 감촉은 자연이 내게 손을 내밀어 인사를 건네는 것 같다. 작은 풀잎 하나하나가 살며시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흙은 따스하게 그 위를 지탱해 준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묘한 온도는, 오래된 친구의 손을 잡은 듯한 편안함을 선사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잔디 사이에 숨어 있는 작은 돌멩이나 흙의 굴곡이 발바닥에 닿는다. 그것은 완벽하게 매끄럽지 않아서 더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균일하지 않은 감촉 속에서 자연의 거친 숨결이 전해지고, 발바닥은 세상의 원초적인 질감을 배우기 시작한다.
풀밭 위를 걷는 동안 나는 자연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에 빠져든다. 발끝으로 전해지는 풀잎의 촉감은 감각 이상의 것을 알려준다. 그것은 바람을 맞으며 자라난 풀의 강인함과, 매일 태양을 바라보며 숨 쉬는 생명의 얘기다.
이따금, 풀이 가진 신선한 향이 발끝을 통해 올라오며 나를 감싼다. 발바닥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은 피부의 감각이 아니라, 마음 깊숙한 곳을 어루만진다. 그것은 나를 땅에 묶어두는 동시에, 나를 자유롭게 해 준다.
풀밭 위를 걷는다는 것은 걷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나 사이의 대화, 그리고 내가 다시금 세상의 일부로 돌아가는 순간이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촉감은, 나를 땅 위에 살게 하는 감사와 경이로움을 일깨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