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잠시 멈춘다. 해 질 녘, 하루가 끝나가는 순간의 붉은 노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태양이 서서히 수평선 너머로 내려앉으며 남기는 붉은빛은, 하늘이 그날의 마지막 이야기를 전하는 듯하다.
붉은 노을을 바라보면 빛은 하늘뿐 아니라 내 마음속까지 스며든다. 잔잔한 물결 위에 번지는 붉은 기운은 세상이 불타오르는 듯하면서도 평화롭다. 빛은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고,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모든 것을 감싸 안는다.
이 순간, 그저 바라본다.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필요하지 않다. 노을은 자체로 충분히 완전하다. 해가 사라질수록 붉은빛은 점점 짙어지고, 하늘은 어둠을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그 사이에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이 광활한 세상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깨닫는다.
노을 속에는 하루의 모든 이야기가 녹아 있다. 아침의 설렘, 낮의 분주함, 그리고 저녁의 고요함까지. 태양은 모든 기억을 품고 붉은빛으로 쏟아내며, 우리에게 묵묵히 하루를 정리할 시간을 준다.
붉은 노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지나간 하루를 되새기며, 다가올 밤을 준비하는 짧은 찰나 속에서 안도와 아쉬움, 그리고 조용한 희망을 느낀다.
노을은 결국 사라지고 어둠이 찾아오지만, 빛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해 질 녘의 붉은 노을은 잠시 머물렀던 아름다움이 얼마나 깊은 흔적을 남길 수 있는지,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질지라도 그것이 가치 없지 않음을 말해준다. 그 순간을 마음에 품으며, 또다시 내일의 노을을 기다린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