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하늘 아래, 구름의 모양을 상상한 오후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오후, 하늘은 너무나 푸르고 투명하여 그 너머의 끝을 가늠할 수 없었다. 바람은 잔잔히 흐르고, 구름들은 꿈결처럼 흩어져 있었다. 하늘은 캔버스가 되고, 무한한 상상의 물감을 들고 구름의 모양을 그려 나갔다.
어떤 구름은 나직한 언덕처럼 보였다. 그 위로 작은 나무가 자랄 듯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잎사귀가 흔들릴 것만 같았다. 또 다른 구름은 무언가를 기다리는 고요한 얼굴처럼 보였다. 길게 뻗은 코와 부드러운 눈매가 하늘을 응시하며 속삭이는 듯했다. 어쩌면 저 구름은 먼 나라에서 온 누군가의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늘은 우리의 상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어느 순간, 구름 사이에서 나비를 보았다. 구름의 결들이 마치 날개처럼 펄럭이며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자유롭고 유연한 움직임 속에서 나 역시 자유로워졌다. 마음의 굴레를 벗어나 한없이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는 상상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구름은 새로운 모양으로 변해갔다. 언젠가 분명 사자의 갈기 같았던 구름은 이내 부드럽게 풀어져 하얀 강줄기가 되었고, 강은 어느새 별들이 떨어질 듯한 물결을 이루었다. 구름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흐름 자체였다. 그것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변화하며, 우리에게 인내와 수용을 가르쳐 주는 선생이었다.
맑은 하늘 아래, 구름을 바라보는 오후는 풍경이 아닌 하나의 위로였다. 구름의 변화 속에서 시간을 잊고, 자신을 잊고, 세상의 모든 걱정을 잊었다. 하늘은 그저 하늘이었고, 구름은 그저 구름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무한한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그 오후, 구름을 보며 상상 속에서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끝없는 가능성으로 가득한지를 느꼈다. 하늘은 여전히 맑았고, 구름은 여전히 떠다녔다. 하지만 마음은 이전과 달랐다. 하늘과 구름 속에서 나만의 세상을 발견했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