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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첫 꽃봉오리를 발견한 순간

by 은파랑




봄날의 첫 꽃봉오리를 발견한 순간


겨우내 차갑게 얼어붙었던 땅 위에, 작은 꽃봉오리가 얼굴을 내밀었다. 그 순간,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조용히 피어나고 있던 작은 생명은, 봄이 찾아왔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꽃봉오리는 아직 세상을 다 열어볼 준비가 되지 않은 듯 조심스러웠다. 꽃잎은 닫혀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분명 찬란한 빛깔과 향기가 숨어 있었을 것이다. 작은 몸짓 하나로도 자연은 이렇게 거대한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차가운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기 속에서도, 이 꽃봉오리만큼은 따스한 봄의 기운을 품고 있었다. 이토록 작은 존재가 계절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봄날의 첫 꽃봉오리를 보는 것은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다림의 끝과 새로운 시작의 만남이다. 매서운 바람과 차가운 눈 아래에서도 이 꽃봉오리는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자리에서 묵묵히 자라난 끝에야 비로소 빛을 본 것이다.


꽃봉오리를 보며 내 안의 어떤 감정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희망, 설렘, 그리고 어쩌면 내 안에도 피어나길 기다리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믿음. 그것은 단순히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작은 꽃봉오리는 속삭이는 것 같았다.


"기다림은 끝났어. 이제 너도 피어나야 할 때야."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도 이 꽃처럼 나의 봄을 피우겠다고.


봄날의 첫 꽃봉오리는 그렇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나는 그 답을 찾아 나설 준비를 했다. 작은 생명이 전해준 메시지는, 그날 이후로 마음속에 오래도록 피어 있을 것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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