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무겁게 느껴지던 날, 친구가 건넨 한 마디가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차 한 잔 할래?"
그 말은 복잡한 마음을 풀어주는 실마리처럼 들렸다.
작은 카페의 창가 자리, 두 잔의 따뜻한 차가 우리 사이에 놓였다. 차에서 피어오르는 김은 대화의 다리가 되었다. 힘든 하루에 대해, 어긋난 꿈에 대해, 속상한 마음에 대해, 조용히 말을 나누었다. 친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얘기를 들었다. 눈빛만으로도 위로받는 듯했다.
찻잔을 손에 감싸 쥐니 온기가 전해졌다. 차 안에는 친구의 온정이 담겨 있었다. 달지 않은 맛이었지만, 그날의 차 한 잔은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위로였다.
밖에서는 비가 내렸고,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방울이 흩어진 마음을 닮아 있었다. 하지만 찻잔을 내려놓는 순간, 마음은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친구와의 침묵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대화가 오갔다.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고요 속에서 서로를 감싸 안았다.
"힘들 땐 언제든 찾아와."
친구의 말은 한 모금의 차처럼 따스했다. 그 말이 오늘을 넘어 내일로 이어질 힘을 주었다.
지친 날 친구와 함께 마신 차 한 잔. 그 순간은 하루의 쉼표이자, 다시 걸어갈 힘을 주는 작은 시작이었다. 찻잔의 온기는 사라졌지만, 그날의 위로는 여전히 마음속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