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고요

by 은파랑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고요


먼 길을 달려 도착한 그곳, 아무도 없는 숲 속 깊은 오솔길. 나무들이 길게 뻗어 하늘을 덮고,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스치며 속삭인다. 세상 모든 소음이 멈춘 듯, 발아래 흙이 뿜는 나지막한 숨결조차 뚜렷하게 들린다.

고요 속에서 문득 알았다. 고요란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세상이 들려주는 가장 낮은 목소리였다.


고요는 처음엔 어색했다.

도시의 소란 속에서 익숙했던 나는 침묵 속에서 길을 잃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디딜수록 알게 되었다. 고요는 나를 삼키려는 어둠이 아니라, 나를 품으려는 어머니 같은 품이었다. 숨죽인 자연은 나를 지켜보며 속삭였다.


"여기서는 너 자신이 되어도 좋다."


산 아래 호수에 도착했을 때, 마음은 이미 고요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잔잔한 물결 위로 햇살이 춤을 추고, 저 멀리 갈대들이 바람에 몸을 맡긴다. 풍경은 말 없는 교향곡이었다.


고요 속에서 내 안의 불안을 마주했다.

쫓기듯 살아왔던 나날들이 하나둘 떠오르며 마음속 물결을 일으켰다. 하지만 고요는 나를 꾸짖지도, 달래지도 않았다. 대신 그저 옆에 앉아 있었다. 나 또한 고요를 받아들이며, 내 안의 갈등을 지켜볼 수 있었다. 고요는 언제나 말한다.


"있는 그대로 괜찮다."


혼자 떠난 여행에서 만난 고요는 깨우쳤다. 고요는 사라져야 할 공백이 아니라, 나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 속에서 비로소 한없이 가벼워졌다. 떠나는 길 위에서 다짐했다. 고요를 잊지 않겠다고. 세상이 아무리 떠들썩해도, 고요는 내 안에서 계속 살아 숨 쉴 것이라고.


여행은 끝났지만, 고요는 여전히 삶의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다. 그리고 고요를 사랑한다. 고요는 내가 다시 살아갈 힘이자, 나를 나답게 만드는 비밀이니까.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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