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부엌. 조용한 공간에 흐르는 음악 소리, 싱크대에 놓인 신선한 재료들, 손끝에 느껴지는 나무 도마의 결. 요리는 언제나 즉흥적인 공연처럼 느껴진다. 하나의 레시피를 따라가기보다는 그날의 감각과 기분에 몸을 맡긴다.
냉장고를 열었을 때, 그 안에 남아 있는 재료들은 서로 다른 악기 같다. 어떤 맛을 만들어낼지는 나의 손끝과 상상력에 달렸다.
양파를 썰고, 마늘을 다지고, 팬 위에 올린 기름이 사르르 소리를 낸다. 이 순간, 화가가 하얀 캔버스를 마주한 것처럼 자유롭다. 색을 고르고, 질감을 만들어가며, 한 접시의 예술이 완성될 것을 꿈꾼다.
혼자 요리하는 즐거움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있다. 소금을 한 꼬집 넣을까, 두 꼬집 넣을까 고민하는 순간에도 창의적인 선택이 일어난다. 재료가 부족할 때는 새로운 대안을 찾으며, 예상치 못한 맛과 향이 탄생한다. 평범한 재료도 상상력 속에서 새롭게 빛난다.
실패도 즐겁다. 간을 잘못 맞춰 너무 짜거나, 너무 달게 되었을 때도 웃는다.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 실험이다. 다음엔 더 나은 맛을 만들어낼 자신이 생긴다. 그리고 과정에서 느껴지는 작은 성취감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만의 것이다.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담아낼 때, 그것은 나의 손길과 감각, 나만의 이야기가 담긴 결과물이다. 고급 레스토랑의 음식처럼 세련되지 않아도, 그것은 오롯이 내 것이기에 특별하다.
혼자 요리하며 느낀 창의적 즐거움은 자신과의 대화이고, 일상의 작은 예술이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얼마나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람인지,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
다음번에는 어떤 맛의 이야기를 만들어볼까? 다시 부엌으로 향한다. 내 손끝에서 펼쳐질 새로운 세계를 기대하며.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