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물이 몸을 감싸던 순간은 고된 하루의 무게가 천천히 녹아내리는 시간이었다. 물방울이 피부를 타고 흘러내리며, 긴장된 근육들이 하나둘씩 풀려간다.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복잡한 생각들마저도 김처럼 공중으로 흩어진다. 목욕은 내면을 정화하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타올로 물기를 닦아내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실 때 온몸이 가벼워진다. 따뜻한 물속에서 나왔을 뿐인데, 새로운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다. 피부는 매끈하고, 머리카락에서는 은은한 샴푸 향이 난다. 공기가 닿는 피부는 상쾌함을 넘어서 생명이 다시 깨어난 것처럼 활기를 띤다.
목욕 후의 상쾌함은 물리적인 것만은 아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맑아 보이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 무언가를 비워낸 듯한 텅 빈 채움의 평온함. 그것은 쉼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순간이다. 따뜻했던 물속의 온기가 사라지면서, 동시에 생기 넘치는 차가운 공기가 몸을 감싸는 묘한 대비가 참으로 신선하다.
상쾌함 속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 목욕은 나를 돌보고 나를 새롭게 만드는 작은 의식이다. 오늘의 피로를 씻어내고, 내일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는 작은 성취감. 그리고 상쾌함은 하루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다독인다.
다음번 물속에 몸을 담글 때, 또 다른 고요와 상쾌함을 만날 것이다. 그 순간을 기다리며, 다시 하루를 살아간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