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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앨범 속에서 찾아낸 어린 시절의 순간

by 은파랑 Jan 14. 2025




사진 앨범 속에서 찾아낸 어린 시절의 순간


먼지 쌓인 사진 앨범을 펼쳤다.

손끝으로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나간 시간이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선명한 빛깔은 바래고, 사진의 모서리는 조금씩 닳아 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어린 시절의 내가 살아 숨 쉰다.


한 장의 사진이 시선을 붙잡는다.

좁은 골목길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나. 손에는 어딘가 남루한 연이 들려 있고, 뒤로는 해 질 녘 하늘과 이웃들의 낮은 담장이 보인다. 웃음은 무언가를 얻었거나 잃는 걱정 없이 그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던 순수한 얼굴이다.


사진 속 배경을 바라보니 잊고 지냈던 냄새와 소리가 떠오른다. 여름날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흐르던 빗물 냄새, 골목 끝에서 아이들과 함께 외치던 웃음소리, 어머니가 부엌에서 부르던 다정한 목소리. 사진은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었다.


그 시절 얼마나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꼈던가. 찢어진 연을 수리하느라 땀을 흘리며 진지했던 모습, 고작 몇 개의 동전으로도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온 세상을 가진 듯했던 기쁨.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부족함 없는 충만함이 있었다.


앨범 속에서 다시 만난 어린 시절의 순간은 속삭인다.


"너는 여전히 그 아이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은 복잡하고 고단한 하루 속에서 잊어버린 것들이 많지만, 그 시절의 순수한 기쁨은 여전히 내 안에 잠들어 있다. 사진은 그것을 깨우는 열쇠였다.


사진을 덮으며 생각한다. 내가 어른이 된 후 잊고 지냈던 것들, 그리고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앨범 속 어린 시절의 순간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뿌리이자 미래를 향한 약속이다. 그것을 다시 만날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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