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의 기억

by 은파랑




첫 데이트의 기억


그날은 바람이 설레며 속삭이는 듯한 날이었다. 푸른 하늘은 끝없이 펼쳐지고, 햇살은 부드럽게 땅 위로 내려앉았다. 당신과의 첫 데이트는 그렇게 자연스럽고도 특별하게 시작되었다.


모퉁이를 돌아 당신이 서 있던 그 순간, 심장이 한 박자 놓쳤다. 평범한 거리와 익숙한 풍경들이 당신의 모습에 녹아들어 그림처럼 빛났다. 우리는 서로 어색한 미소를 나누며 첫마디를 건넸다. 그 말들은 바람에 흩어질 듯 가벼웠지만, 내 안에서는 깊은 울림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가 걸었던 길은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 계절의 끝자락에서 물든 단풍은 우리의 설렘을 닮아 붉게 타올랐다. 당신이 무심코 내준 손짓 하나, 가벼운 웃음 하나가 내 안에 작은 기쁨의 불씨를 남겼다. 얘기를 나누었고, 대화는 단어와 문장이 아닌, 마음과 마음의 진동처럼 느껴졌다.


한적한 카페에서 마주한 당신의 눈빛은 따뜻한 커피의 향기처럼 잔잔하고도 깊었다. 우리는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하면서도, 전혀 알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이었다. 당신의 한 마디, 내 작은 웃음이 악보의 음표처럼 하나둘 쌓여 하나의 곡을 완성해 갔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하늘 아래에서 당신과의 헤어짐은 하루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울림이었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지만, 마음은 이미 서로를 향한 문을 열고 있었다.


첫 데이트의 기억은 바람 속에 스쳐간 향기처럼, 다시 잡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것은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빛이다.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설렘, 두근거림, 그리고 말없이 느꼈던 따뜻함은 마음 한구석에 작은 불꽃으로 남아, 살아가며 간직하는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되었다.


그날의 우리는 아주 평범했지만, 첫걸음은 이미 특별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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