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의 교감이 준 위로

by 은파랑




길고양이와의 교감이 준 위로


어느 날 오후, 바람이 잔잔히 머리칼을 스치며 내 마음을 달래던 순간, 그가 나타났다. 작은 몸집에 빛바랜 털, 그리고 어디론가 흩날리는 듯한 눈빛. 골목길의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던 길고양이. 그와 나의 첫 만남은 어쩌면 잠깐의 스침일 뿐이었지만, 짧은 순간은 한없이 깊고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내가 힘겨운 날들을 견뎌내려 애쓰던 어느 날, 그는 다시 나타났다. 이전과 달리 나지막한 울음소리를 내며 다가오던 모습은 작은 손길을 내밀어 달라는 무언의 요청처럼 느껴졌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의 작은 몸 위로 손을 내밀었다. 따뜻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던 털은 오히려 거칠었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온기가 있었다. 순간, 깨달았다. 그의 상처와 나의 상처가 같은 무게로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는 것을.


길고양이와의 교감은 말이 필요 없었다. 그는 자신의 방식을 알렸다. 나를 따라오지 않았고, 나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필요할 때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내 마음이 힘들어 가라앉을 때, 그는 잔잔히 내 곁에 머물며 조용히 숨을 고르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말 대신 내민 그의 시선은, 내가 잊고 있던 삶의 작은 아름다움을 일깨웠다. 쓰다듬는 손길에 천천히 눈을 감으며 대답했고, 짧은 순간 나는 내가 주는 위로보다 더 큰 위로를 받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내게 묻지 않았다. 왜 내가 힘든지, 왜 내가 멈춰 서 있는지. 그는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단순한 존재가 내겐 살아가야 할 이유로 다가왔다. 그의 생은 아슬아슬한 외줄 위를 걷는 듯 위태로웠지만, 그 안에는 굳건한 의지가 있었다. 나도 그의 의지에 기대어 하루를 견뎌냈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서로의 습관이 되었다. 그는 내 하루의 끝자락에, 나는 그의 길 한구석에 기대는 존재로. 작은 만남 속에서 내가 배운 것은 거창한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는 작은 믿음이었다. 믿음은 하루하루 내 상처를 덮어주었고, 나를 다시 일으켰다.


그는 어디로부터 왔으며, 어디로 떠나갈지 모른다. 하지만 그와 나의 만남은 짧은 시간 속에서도 하나의 작은 기적으로 남았다. 길고양이는 이렇게 속삭였다.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다. 나도 너도. 길을 걷는 이 작은 발걸음이 모여, 우리는 서로의 길이 된다."


그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발자국은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의 기억 속에서 오늘도 한 걸음을 내딛는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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