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77
고독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텅 빈 방에 울리는 발소리처럼, 끝없는 어둠 속에서 마주하는 나의 그림자처럼 낯설다. 그러나 고독이란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공간이며, 자신을 마주하는 유일한 순간이다.
고독 속에서 우리는 감각의 외피를 벗어던진다. 복잡한 대화, 시끄러운 도시, 관계의 얽힘에서 벗어난 자리에서 비로소 들린다. 내 안에 잠들어 있던 질문들, 잊고 지냈던 욕망, 묻어두었던 슬픔의 언어들이 스스로 말을 걸어온다. 고독은 우리로 하여금 깊이 숨겨진 자신을 꺼내어 볼 수 있게 한다.
역사의 위대한 성찰자들, 몽테뉴, 사르트르, 하이데거, 그들 역시 고독 속에서 자신을 발견했다. 몽테뉴는 자기 안에 방을 지으라 했고, 사르트르는 고독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논했다. 하이데거는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홀로 세계와 마주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이들은 고독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삶의 본질로 받아들이며 스스로의 중심으로 다가갔다.
고독 속에서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질문들은 고독이 없다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질문의 끝에는 깨달음이 있다. 삶의 의미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안에서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게 된다.
고독은 단절이 아니다. 세상과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고요 속에서 느끼는 바람의 결, 밤하늘에 흩어진 별의 움직임, 새벽녘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 모든 작은 것들이 우주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우주 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도.
성찰은 고독을 통해 완성된다. 성찰이란 나의 존재를, 방향을, 본질을 비추는 빛이다. 성찰은 살아가는 것을 이해하고, 의미를 찾는 과정이다. 그리고 과정은 언제나 고독에서 시작된다.
고독은 나를 외롭게 하지만, 동시에 나를 풍요롭게 한다. 그것은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일이며, 거대한 침묵 속에서 진리를 듣는 일이다. 고독 속에서 세상의 소음에 묻히지 않은 우리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목소리는 늘 이렇게 속삭인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너는 스스로의 우주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