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76
고요한 새벽, 세상은 잠들고 홀로 깨어난다.
침묵 속에 한 목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소리는 겉으로 들리지 않지만, 마음 한구석을 파고들어 나직이 속삭인다. 그것은 내면 목소리, 누구도 대신 들을 수 없는 나만의 진실이다.
살아가며 수많은 소리가 스쳐 간다.
북적이는 거리의 웃음, 회의 속 웅얼거리는 말들, 그리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음악. 하지만 모든 소리가 물러난 뒤에야 비로소 내면은 말을 걸어온다. 처음엔 낯설고 때론 불편하다. 목소리는 외면하고 싶은 진실을 던지고, 감추고 싶었던 감정을 끄집어내며 나 자신과 연결된다.
내면 목소리는 바람처럼 유순하다.
나를 위로하며 내가 걸어온 길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괜찮아. 지금까지 잘해왔어.'
라는 속삭임은 희미한 미소를 되찾게 하고, 한 걸음 더 나갈 힘을 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때론 날카롭고 단호하다. 잘못된 길에 발을 디딜 때마다 날 멈추게 하고 내가 외면했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그것은 불편하지만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우리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려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더 큰 소음으로 그것을 묻으려 애쓴다. 하지만 내면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고요한 순간마다 더 선명히 다가온다. 그것은 내가 나와 대화할 수 있도록, 진정한 내 모습을 잃지 않도록 손을 내민다.
어느 날, 나의 내면 목소리가 물었다.
"너는 지금 행복한가?"
질문은 날 멈춰 세우고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정말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 목소리는 삶을 다시 쓰는 여백을 선물했다. 진정 원하는 것,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을 찾도록 안내했다.
내면의 목소리는 가장 정직한 친구이자, 가장 가혹한 스승이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순간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소리는 나를 지탱하고 내일을 향한 길을 밝혀준다. 내면의 목소리란 결국 자신과의 대화다. 대화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평화를 발견한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