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177
시간은 흐르고 있다.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어느 누구도 속도를 늦출 수 없다. 우리는 강물 위에 떠 있는 조각배일 뿐, 손에 쥐려 해도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간다. 시간의 가치란, 어쩌면 유한함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닐까?
시간은 시작과 끝을 품은 존재다. 유한함은 우리에게 책임을 준다. 지나가는 모든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에, 시간은 묻는다.
“이 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대답은 우리 몫이다. 성실한 노력으로 시간을 채우는 이는 그 속에서 무언가를 창조한다. 반대로, 허투루 흘려보내는 이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후회라는 무거운 짐을 지게 된다.
역사 속 인물들은 시간의 가치를 알았기에 그들의 삶을 불꽃처럼 태웠다. 다빈치는 한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밤을 밝히며 그림을 그리고, 기계를 설계했다. 마리 퀴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실험을 이어가며 시간을 지혜롭게 쌓았다. 이들의 업적은 재능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존중하며 그 속에서 가능성을 찾은 결과다.
그러나 시간의 가치는 생산성에만 있지 않다. 때론 멈추고, 바라보고, 느끼는 것도 시간의 중요한 사용법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한 시간, 책 한 권을 읽는 오후, 고요한 산책로를 걷는 몇 분은 숫자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시간은 삶을 구성하는 재료일 뿐 아니라, 삶 자체가 되기도 한다.
시간의 진정한 가치는 선택에서 비롯된다. 아침의 첫 빛을 바라볼지, 무심히 스크린을 넘길지, 사랑하는 이와 대화를 나눌지, 혹은 기회를 놓칠지. 매 순간 선택을 하고, 선택이 곧 삶을 이룬다. 시간은 말없이 흐르지만, 그 위에 새기는 선택은 영원히 흔적을 남긴다.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부자에게도, 가난한 자에게도 하루는 24시간이다. 그러나 시간의 가치는 모두 다르다. 삶의 의미는 시간 속에서 만들어지며, 의미는 어떻게 시간을 채우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흐르는 강물처럼 시간은 지나가지만, 강 위에 띄운 우리의 배는 흔적을 남긴다. 흔적이 빛날지, 흐릿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시간이 준 유일한 선물은 바로 지금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시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첫걸음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