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책임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172

by 은파랑




자유와 책임


바람은 어디든 갈 수 있다. 구름 사이를 가르며 높이 날 수도 있다.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며 조용히 흐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람이 아무렇게나 불기만 한다면, 나뭇잎은 떨어지고 파도는 거칠게 휘몰아친다. 자유는 이렇게, 스스로의 힘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한때 자유가 온전히 나의 것이라 믿었다. 어딘가로 떠날 수 있는 것,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자유라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내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누군가의 삶에 흔적을 남기고, 내가 펼치는 말 한마디가 또 다른 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을. 자유는 책임을 품을 때에야 비로소 진정한 자유가 된다.


책임이 없는 자유는 허공을 떠도는 바람과 같다. 나아갈 방향 없이 흔들리는 배와 같고, 목표 없이 떠도는 별빛과 같다. 책임이 주어질 때, 자유는 길이 된다. 어둠 속에서 나갈 방향을 찾게 하고, 거친 바람을 품고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존재가 된다.


책임은 자유를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더 빛나게 한다. 선택한 길을 끝까지 걸을 힘을 주고, 마주한 현실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도록 돕는다. 누군가를 지켜야 하는 순간,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를 가장 깊이 있게 실현하는 것이다.


삶은 바람과 같다. 때론 부드럽고, 때론 거칠다. 우리가 자유와 책임을 함께 품는다면, 바람은 단순한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자유는 책임을 만날 때 더 깊어진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온전한 삶을 살아간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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