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에서 나를 만나다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164

by 은파랑




고요 속에서 나를 만나다


어둠이 내리고, 세상은 조용해진다.

바람도, 불빛도, 시간조차 속삭임을 멈춘다.

그때 비로소, 나를 마주한다.


명상(瞑想)이란 무엇인가.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마음이 잔잔해질 것 같지만, 오히려 거친 파도가 밀려온다.

어제의 후회, 지나간 말들, 쓸데없는 걱정이 떠오르고, 떠다니고, 나를 삼키려 한다.

하지만 그것을 잡지 않는다.

그저 흘러가게 둔다.

구름이 흐르듯, 강물이 흘러가듯.


플라톤은 말했다.

“자신을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지혜이다.”


하지만 ‘나’를 안다는 것은 쉽지 않다.

우리는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타인의 기대 속에서 나를 규정하며 살아간다.

거울에 비친 상이 나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명상 속에서 거울은 깨진다.

조각 사이로 진짜 ‘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욕망과 두려움이 아닌,

소유와 성취가 아닌,

그저 존재하는 ‘나’가 있다.


고요 속에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질문들은 대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그저 존재하게 한다.

그렇게 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이해하게 된다.

상처도, 실수도, 불완전한 모습도, 모두 나였음을.


불교에서는 이를 ‘깨달음(覺)’이라 한다.

자아를 내려놓고,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


공자의 말처럼, “知止而后有定(그칠 곳을 알아야 마음이 평온해진다).”


나를 채우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비우면서 나를 찾는 것.


그리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지 않고, 바람을 막지 않는다.

조용히 지켜보며, 나를 사랑하며,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간다.


고요 속에서 나를 만났고,

나를 데리고 다시 세상으로 걸어간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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