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에 쥔 것들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65

by 은파랑




내 손에 쥔 것들


손을 펼치면, 무엇이 남는가.

가득 움켜쥐었던 것들은 스며들 듯 빠져나가고,

마지막에 남는 것은 손바닥의 온기뿐이다.


어린 시절, 작은 손으로 구슬을 쥐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구슬을 보며,

작은 보석이 영원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손을 펼치자 구슬은 땅에 떨어졌고,

굴러가는 그것을 따라 뛰어가며 깨달았다.

손에 쥐었다고 해서 모두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성장하며 손에 쥐려 했던 것들은 더 커졌다.

지식, 사랑, 명예, 부, 사람들의 인정.

손을 더 크게 벌리고, 더 세게 움켜쥐었다.

하지만 삶은 물과 같아서,

힘껏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렸다.

쥐면 쥘수록 잃어버리는 것들이 많아졌다.


공자(孔子)는 말했다.

"무엇을 가지려 하기보다, 스스로 충만한 사람이 되어라."


장자(莊子)는 말했다.

"쥐려 하면 잃고, 내려놓으면 얻는다."


철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역설을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손에 무엇을 쥐어야 할지 고민한다.


어문득, 손에 남은 것들을 바라본다.

쥐려 했던 것은 사라지고,

손바닥엔 따뜻한 체온과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기억, 경험, 그리고 나를 이루는 것들.


이제 안다.

손에 쥘 수 있는 것은 결국,

내가 살아온 시간과,

시간을 품은 자신 뿐이라는 것을.


그러니, 가끔은 손을 펴 보자.

놓아버린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나의 것이 되는 것들도 있으니.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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