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264
길을 떠날 때마다 묻는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어디를 향해 걷고 있으며,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목적지가 분명할 때도 있었고,
어떤 날은 발길이 이끄는 대로 걸었다.
길은 갈래길로 나뉘고,
때론 미로처럼 헤매게 했다.
어느 길이 정답인지 알지 못한 채
눈앞의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사가 말해준다.
방황 속에서도 사람들은 길을 찾았다고.
오디세우스는 험난한 바다를 건너
고향 이타카로 돌아갔고,
마르코 폴로는 낯선 땅을 지나
자신만의 세계를 기록했다.
길은 이동이 아니라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먼 곳을 꿈꾸었지만,
가장 깊이 남는 순간들은
여정의 조각들이었다.
낯선 도시의 거리에서 마주친 풍경,
우연히 나눈 대화,
작은 기쁨과 예상치 못한 슬픔.
목적지가 아닌 과정들이
나를 이루고 있었다.
어쩌면 도착은 환상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끝없이 나아가지만
완벽한 도착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도착한 곳이 곧 새로운 출발이 되고,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 한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니 이제 묻지 않기로 한다.
"어디로 가는가?"가 아니라,
"지금 어떤 길 위에 있는가?"라고.
길 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결국 도착지가 될 것이므로.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