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은 빛을 주지만, 때론 타오르며 모든 것을 태운다.
신을 향한 인간의 갈망도 그러하다.
기도하는 손은 때론 칼을 쥐었고,
사랑을 외치던 입술은 심판을 선포했다.
“진리를 독점하려는 순간, 피의 강이 흐른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말했다.
신의 은혜는 폭력으로 강요될 수 없으며,
믿음은 오직 자유 속에서 피어난다고.
하지만 역사는 이 말을 자주 잊었다.
십자군의 함성은 찬송가와 뒤섞였고,
성경과 꾸란이 검 위에 놓였다.
1096년, 첫 번째 십자군이 성지를 향해 나아갈 때,
그들의 입술에는
"Deus Vult!"—"신이 그것을 원하신다!"
그러나 신은 과연 피를 원했을까?
예루살렘이 함락되던 날,
성전은 붉게 물들고,
거리에는 살해된 자들의 기도가 메아리쳤다.
루터는 말했다.
"양심은 인간의 성소이다."
하지만 종교 개혁이 불러온 것은
성경의 재해석만이 아니라,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었다.
30년 전쟁이 유럽을 삼킬 때,
전장은 신학적 논쟁이 아닌
왕들의 야망과 민족의 분쟁이 얽힌 소용돌이였다.
칼빈의 제네바에서,
이단자는 불길 속에서 신음했고,
“신의 영광”이라는 명목 아래
다른 신념은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불길 속에서도 작은 등불은 켜졌다.
헨리 4세, 낭트 칙령을 내리며 말했다.
"파리는 미사를 받을 가치가 있다."
정치적 타협이었을지라도,
그 말속에는 피로 얼룩진 신념보다
인간의 삶이 더 소중하다는 깨달음이 스며 있었다.
존 로크는 <관용에 관한 편지>에서 주장했다.
"국가는 영혼을 강제할 권리가 없다."
그의 말은 바람에 흩날리듯 들렸지만,
결국 시대를 넘어
근대적 종교의 자유를 뿌리내리게 했다.
어쩌면 인간의 신앙이란
타오르는 불이 아니라,
조용히 빛나는 촛불이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어둠을 밝히되, 태우지는 않는 빛.
진리를 외치되, 타인의 진리를 허용하는 마음.
오늘날 묻는다.
우리는 과연 과거로부터 배웠는가?
신을 사랑한다면서,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가?
내가 믿는 신이 옳다고 말하면서,
다른 신을 향한 길을 부정하지 않는가?
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과거의 불꽃이 아니라,
미래의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