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신전은 돌로 지어졌다.
고대의 신들은 높은 첨탑 위에 앉아
연기의 기도를 받았다.
양이 제물로 바쳐지고,
촛불은 바람에 흔들리며
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타올랐다.
이제, 신전은 보이지 않는다.
경전은 종이가 아니라 빛으로 이루어졌고,
기도는 하늘이 아닌,
보이지 않는 전파를 타고 흐른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디지털 신전에 접속한다.
“신은 어디에 있는가?”
누군가는 묻는다.
성당의 종소리가 사라진 거리에서,
사원의 향이 더는 타지 않는 곳에서.
다른 누군가는 말한다.
“신은 여전히 여기에 있다.”
가상공간 속에,
화면 속에서 흐르는 경전의 문장 속에,
새로운 형태로 존재하는 기도 속에.
우리는 이제
사이버 성전에 모인다.
줌(Zoom)으로 예배를 드리고,
메타버스 속 절에서 참선하며,
AI가 해석한 경전을 읽는다.
하나의 신이 아니라,
수많은 신이,
수많은 방식으로 존재한다.
누군가는 말한다.
"디지털은 인간을 신으로 만들 것이다."
우리는 모든 지식을 손에 쥐었고,
알고리즘이 미래를 예측하며,
우리가 원하는 답을 보여준다.
여전히,
우리는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
"죽음 이후에는 무엇이 있는가?"
기술은 발전했으나,
신을 향한 물음은 멈추지 않았다.
어쩌면,
디지털 시대에도 신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숨 쉬고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신앙은 사라질 것이다."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데이터가 모든 답을 줄 것이므로.
또 다른 이는 말한다.
"신앙은 변할 뿐이다."
하늘을 향한 기도가,
디지털 화면 위로 흐를 뿐.
어쩌면, 신은 처음부터
형태가 아니라 마음속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이 존재하는 한,
신앙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기도한다.
다만, 기도의 방식이 변할 뿐.
돌로 지어진 신전에서,
불빛이 흐르는 스크린으로.
하지만 신을 향한 간절함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