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78
만족은 소란스러운 바람이 지나간 뒤, 고요하게 일렁이는 바다와 같다. 한때의 거친 파도가 사라지고 난 뒤에야 드러나는 잔잔한 물결, 너울거림에 마음이 편히 기댄다. 애써 구하거나 쟁취하려고 집착하기보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아, 이 정도면 충분하다’ 하고 느끼는 기분. 그것이 만족이다.
심리학에서도 만족은 여러 관점으로 다뤄진다. 긍정심리학에서는 물질적 성취보다 ‘감사’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적 충만감에 주목한다.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행복 연구나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의 ‘PERMA’ 모델에서도, ‘긍정감정(Positive Emotion)’이나 ‘마음 챙김’에서 비롯되는 내적 평온이 진정한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크고 대단한 성취도 물론 값지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를 오랫동안 지탱해 주는 건 내면의 작은 기쁨들을 놓치지 않는 태도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확행(小確幸)’ 개념처럼, 일상에서 발견하는 사소한 행복이 오히려 큰 만족을 준다. 커피 향 가득한 아침,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짧은 눈 맞춤, 해 질 무렵 노을 속에서 걸어가며 느끼는 적막한 평안. 그 순간들이 모여 삶이라는 한 장의 캔버스에 은은한 빛을 채운다.
결국 만족은, 내가 갖고 있는 것들과 주어진 환경에 대해 스스로 ‘고맙다’고 느끼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 남들과의 비교를 잠시 접어 두고, 지금 이 순간 내게 주어진 선물을 온전히 바라볼 때, 선물은 더없이 소중해진다. 바다처럼 너른 마음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파도처럼 일렁이는 감정도 포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스스로를 토닥여 줄 수 있는 진정한 만족에 이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삶은 조용하고 찬란한 빛을 머금게 된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