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77
가끔 스스로가 어떤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처럼 맑아 보여도, 마음속 골짜기에는 비밀스러운 안개가 서려 있곤 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희망’을 부르짖기도 하고, 나를 향한 ‘응원’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 걸음을 떼게 만드는 것은, 내 안에 깃든 불씨와 같은 의지이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인간이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고된 현실을 견디고 나갈 힘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의지는 그런 의미를 찾아 떠나는 조용한 여정의 발자국이다.
우리는 목표를 향해 달릴 수도, 천천히 걸을 수도 있지만,
내면에 타오르는 의지가 없으면 길은 쉽게 무너지고 마는 사막의 모래밭이 된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무의식과 자아가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두려움과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고 했다. 불완전한 자신을 인정하며 나가는 힘, 그 또한 의지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고요한 밤, 나조차 미뤄두던 감정들을 어루만지며,
‘왜 이 길을 걷고 있는지’ 묻는 순간에 의지는 조용히 대답한다.
“네가 여기 살아 있음은,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라고.
프랭클이 말한 ‘의미’와 융이 말한 ‘자기 인식’은
결국 내 안의 불씨를 조금 더 빛나게 하는 불쏘시개가 된다.
성장의 여정에서 맞닥뜨리는 시련 앞에,
의지는 내 마음에 깃든 용기와 손을 맞잡고, 한 걸음 내딛게 만든다.
때론 흐릿하고, 때론 눈부실 만큼 선명한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오늘도 내면에 귀 기울인다.
의지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거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작은 맹세에 가깝다는 것을, 책 속 문장과 마음속 목소리를 통해 배워간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