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타 365 #130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광장,
노동자와 농민의 손에서 피어나는 땀방울에
역사의 진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진실을 색으로 펼쳐 내던 거장의 손끝은
대담한 붓놀림 속에서 한 민족의 영혼을 노래했다.
디에고 리베라,
그는 벽화라는 캔버스에 멕시코의 심장 박동을 새기며,
고단함과 갈등이 점철된 시대 속에서도
‘예술’이라는 불멸의 언어로 평화를 꿈꾸었다.
한낮의 열기로 가득 찬 멕시코시티의 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웃음, 그리고 탄식으로 가득했다.
거리 한편에서 벽화를 그리기 시작한 디에고 리베라는
먼저 하얀 석고벽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이 닿는 순간,
오래된 벽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얘기를
조용히 속삭이듯 진동했다.
붓을 들어 물감을 찍어낼 때마다,
벽면은 순식간에 생명을 얻었다.
농민의 주름 잡힌 손,
새벽에 피어나는 꽃,
공장을 돌리는 거대한 기계와 땀 흘리는 노동자들….
모든 장면이 그의 시야에는
하나로 엮인 유기체처럼 보였다.
그것은 억압과 착취, 그리고 투쟁을 뚫고 나아가는
멕시코 민중의 초상화이자,
동시에 온 인류가 공유하는 ‘평화’에 대한 갈망이었다.
한 번은 미국 록펠러 센터에서 대규모 벽화 의뢰를 받아
‘인류의 구원’을 주제로 작업을 하게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리베라는 노동자 계급과 혁명적 사상을
벽화 중심에 배치하려 했고,
그는 레닌의 얼굴을 그 안에 담았다.
이로 인해 현지 재벌과 언론의 강한 반발이 일어났고,
결국 벽화는 파괴되고 만다.
하지만 그는 굴복하지 않았다.
멕시코로 돌아와, 파괴된 작업을 다시 복원하듯
동일한 주제의 작품을 재창조했다.
그는 예술을 통해 ‘소통과 자유’를 보여 주고 싶었다.
예술 심리학(Art Psychology)에서는
“창작 행위가 개인의 내적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이상을 재정립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디에고 리베라에게 벽화는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를 넘어,
사회적 억압과 개인의 분노,
그리고 궁극적 이상(平和)에 대한 갈망을 담아내는 통합적 매체였다.
또한, 행동주의 심리학에서 말하듯
인간이 행동으로 표현할 때
내면에 잠재된 의식과 감정이 실체화된다.
리베라가 담아낸 사회 문제와 인물의 표정은,
그가 직접 보고 겪은 불평등을 ‘심리적 해방’의 방식으로 표출하는 과정이었다.
이처럼 창작 활동은 본인 스스로에게도
마음의 평화와 타인과의 교감을 가져다줬으며,
결국 그는 예술을 통해 시대의 갈등을 고발하면서도
그 이면에 깃든 화해와 이해를 제안했다.
디에고 리베라가 직접 쓴 자서전이나
그의 발언을 정리한 글에서 자주 인용되는 말은 이렇다.
“미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예술이 사람들에게 현실과 미래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도록
자유롭게 흐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는 벽화 속 장면들이 특정 계층의 ‘선전 도구’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함께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미술관 대신 공공장소의 벽에 작업을 했고,
그곳에서 누구든지 스쳐 지나가며 볼 수 있게 했다.
미술을 ‘함께 즐기는 언어’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디에고 리베라의 붓은
광장에 뿌려진 꽃씨와 같았다.
눈부시게 피어나는 색채 속에는
수많은 민중의 희로애락이 깃들어 있었고,
진한 물감의 층을 거듭 칠해 갈수록
고된 역사를 겪어온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이 번졌다.
그의 벽화는
거대한 심장처럼 벽을 타고 흐르며
관람자가 맥박을 느낄 수 있게끔 만들었다.
분노, 저항, 해방, 그리고 평화—
이 모든 감정이 얽히고 교차하며
궁극적으로는 ‘화합’이라는 거대한 화면을 완성해 갔다.
우리는 종종 ‘평화’를 회색 빛 속 정체된 고요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디에고 리베라가 보여 준 평화의 모습은
훨씬 더 역동적이고 다채롭다.
그의 벽화 안에서 평화는 언제나
굵은 선과 선명한 색감으로 표현되었다.
불의를 향해선 분노를 표현하되,
결국 인류의 미래는 대화와 예술적 상상력에서 찾으려는 의지. 그것이 바로 리베라가 추구한 평화의 정수였을 것이다.
그의 붓이 얼룩진 벽으로 들어갈 때마다,
우리는 한 예술가의 혼뿐 아니라,
인간이 가져야 할 공동체적 희망을 본다.
오늘날에도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갈등과 상처들이 존재한다.
그럴 때마다, 벽에 그려진 리베라의 강렬한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붓놀림은 우리의 내면을 흔들어 깨우고,
진정한 평화는 ‘무관심에서 오는 정적’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이해하고 개선해 가려는 적극적 노력’ 임을 상기시킨다.
색채 한 방울, 선 하나가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듯이
우리도 작은 실천과 목소리로
새로운 평화의 장면을 그려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디에고 리베라가 물려준
따뜻한 예술의 유산이자,
모두가 함께 완성해야 할 그림일 것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