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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지 못하는 자의 슬픔

마이스타 365 #29

by 은파랑




믿지 못하는 자의 슬픔


거짓말은 먼저 세상을 속이고

그다음엔 스스로를 속인다.


처음에는 작았다.

작은 이익을 위해

작은 실수를 감추기 위해

작은 두려움을 덮기 위해

입술 위를 스친 거짓


하지만 거짓은 거짓을 낳고

또 다른 거짓을 부르고

결국에는 자신마저도 자신을 믿지 못하게 만든다.


버나드 쇼는 말했다.

"거짓말쟁이가 받는 가장 큰 형벌은 그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슬픔에 빠지는 데 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줌의 진심, 한 줌의 용기로

조심스럽게 쌓아야 하는 유리 탑이다.


그러나 한 번의 거짓은 탑을 단숨에 무너뜨린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탑조차 자신의 마음속에서 금이 간다.


거짓말쟁이는 타인의 신뢰를 잃기 전에

먼저 자신의 마음을 잃는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세계

누구의 말도

누구의 미소도

심지어 자신의 약속조차

의심스러운 세계


그곳은 외롭다.

얼어붙은 숲처럼

가로등 없는 거리처럼

남들이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은 아프다.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슬픔은

더 깊고, 더 아프다.


진실은 때론 버겁다.

진실은 때론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 안에 따스한 불을 지핀다.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

자신을 잃지 않게 한다.

그러니, 거짓의 유혹이 손짓할 때마다

기억하라.


진짜 형벌은 남들의 불신이 아니라

자신의 영혼이 무너지는 일이다.

거짓은 세상을 속이지만

진실은 내 영혼을 지킨다.


은파랑




"단 하나의 촛불도 많은 어둠을 밝힌다."

- 에픽테토스


이 말은 고대 스토아 철학자 에픽테토스의 삶과 철학을 압축한 빛과 같은 문장이다. 그는 노예로 태어나 자유를 잃었으나 정신은 끝끝내 자유로웠다. 그는 ‘외부의 조건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지만 그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선택할 수 있다’는 철학을 설파하며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인간 정신의 빛을 믿었다.


이 문장은 캄캄한 시대와 무력한 현실 속에서도 한 사람의 의지, 한 줄기 신념이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에픽테토스는 로마 제국 하층민의 삶을 살았고 심지어 다리를 절며 평생 불편한 몸으로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는 지식과 지혜를 갈망했고 마음의 등불 하나를 키우듯 철학을 가르쳤다. 많은 제자가 그의 가르침에 따라 어둠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그는 웅변하지 않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는 말 한마디가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 스스로 작고 미약해 보일지라도 그 속에 ‘촛불’ 하나를 품고 있으면 자신은 물론 타인의 어둠마저 밝힐 수 있음을 실천으로 증명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스스로를 미미한 존재로 느낀다. 세상을 바꾸는 건 거대한 힘이나 조직이라 생각하고 나 하나쯤이야 하며 등을 돌린다. 그러나 이 말은 속삭인다.

"하나의 촛불도 어둠을 물리칠 수 있다."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 외로운 이를 위한 작고 조용한 손길, 꺼져가는 마음에 건네는 조심스러운 위로 한 줄이 누군가에겐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된다.


촛불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용기, 배려, 진심. 그것이 마음 안에 있으면 우리는 모두 작은 등불이 된다. 그리고 하나의 불빛이 어둠에 익숙해진 세상에 희망을 남긴다.


오늘, 누군가를 밝히는 작은 촛불이 되어보자. 내 안의 불빛이 흐려졌다면 누군가의 빛을 통해 다시 타오를 수 있다는 것도 잊지 말자. 어둠은 넓지만 빛은 깊다. 그리고 시작은, 하나의 촛불에서 비롯된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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