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타 365 #30
화내는 건 쉽다. 누구나 할 수 있다.
한마디 말, 하나의 눈빛, 작은 오해에도
불쑥 솟구치는 감정은 불씨를 만난 마른풀처럼 번져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한다.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목적으로, 올바른 방식으로 화를 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말은 화라는 감정도 결국 책임 아래 놓여야 한다는 뜻이다. 감정이 끌어내는 대로 퍼붓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지 되묻는 태도. 그것이 성숙함이다.
진정한 분노는 폭발이 아니다. 정의를 위한 울림이고 상처를 치유하려는 몸부림이며 사랑이 왜곡되었음을 바로잡고자 하는 기도에 가깝다.
화를 낼 줄 아는 사람보다 화를 품을 줄 알고 다스릴 줄 아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감정의 칼끝을 지혜와 따뜻함으로 다듬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있는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하고 조금 더 인간답다.
은파랑
모든 상처는 빛이 들어오는 자리다 — 루미가 속삭인 치유의 시
"모든 상처는 빛이 들어오는 자리다."
— 루미 (Rumi)
이 문장은 13세기 페르시아의 시인이자 신비주의 철학자 루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중심 사상 중 하나다. 그는 고통을 피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영혼이 성장한다고 믿었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상처는 실패나 아픔이 아니라, 신과 우주, 진리의 빛이 스며드는 틈이라는 깊은 깨달음의 언어다.
루미의 삶도 이 말처럼 고요히 아팠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지식인이었지만, 그의 인생을 뒤흔든 건 뜻밖의 만남이었다. 방랑하는 신비주의자 샴스와의 만남 이후, 그는 삶과 사랑, 고통과 존재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샴스가 갑자기 사라진 후, 루미는 깊은 상실과 절망 속에 빠졌지만, 그 고통은 곧 불멸의 시가 되어 터져 나왔다. 그의 수천 편에 달하는 시는 모두 그 상처에서 피어난 빛이었고,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에 닿았다.
우리는 상처를 감추려 한다. 아프다는 말을 꺼내는 게 부끄럽고, 흉터는 약함의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루미는 다르게 말한다. 그곳이야말로 빛이 들어오는 문이라고.
마음이 부서진 자리에, 슬픔이 지나간 자리에, 울음을 삼킨 새벽에 — 어쩌면 우리는 가장 맑고 투명한 존재가 된다. 진짜 사랑도, 깊은 공감도, 진실한 기도도 모두 그 자리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게 아니라, 상처 속에 이미 들어와 있는 빛을 바라볼 줄 아는 눈. 그것이 삶을 견디는 용기다.
오늘 나의 아픔이 더 이상 숨겨야 할 흉이 아니라, 새로운 내가 태어나는 틈새일지도 모른다. 당신의 상처에도, 조용한 빛 하나가 머무르기를. 그리고 그 빛이, 언젠가 누군가의 어둠을 밝혀주기를.
상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리고 그 시작엔 언제나, 빛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