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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서 사람이고, 아파서 사람이다

마이스타 365 #50

by 은파랑




“외로워서 사람이고, 아파서 사람이다.”

- 이문열


이문열의 이 문장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정서적으로 꿰뚫는 통찰이다. 인간은 완전한 존재가 아니라 결핍과 상처 속에서 자신을 확인하고 타인을 이해한다. 외로움은 인간의 내면을 깨우고, 아픔은 공감의 문을 연다. 기계처럼 기능하는 존재가 아닌, 마음을 지닌 존재로서 사람은 고통을 통해 성숙하고 외로움을 통해 사랑을 갈망한다. 결국, 인간다움은 결핍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꽃이다.


바람이 지나는 자리에

언제나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말없이 고개를 들고,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본다.


그림자는 어김없이 혼자였고,

그 고요한 고독 속에서

그는 비로소 ‘사람’이었다.


외로워서였다.

누군가를 찾고 싶어지는 마음,

그건 곧 사람의 시작이었다.

손을 내밀어도 닿지 않는 거리에서

우리는 손을 내미는 법을 배웠다.


아파서였다.

상처 난 마음의 틈새로

햇살이 스며들고

그리움이 꽃을 피웠다.

누군가의 눈물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이유,

그건 우리가 같은 아픔으로

묶여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은 차가운 벽이 아니라,

그리움의 다른 이름이었다.

아픔은 상처가 아니라,

마음이 살아 있단 증거였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이다.

울 수 있어서,

기다릴 수 있어서,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의 손을 잡고

따뜻한 침묵을 나눌 수 있어서.


모든 건 외롭고 아픈 마음이

우리 안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가능해지는 기적이었다.


이문열의 문장은 인간 존재의 깊은 심연을 보여준다. 외롭지 않다면, 아프지 않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사람일 수 있을까. 눈물은 인간의 언어 중 가장 오래된 시이며, 고독은 우리가 스스로를 가장 깊이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외로움 끝에서 피어나는 연대와 위로야말로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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