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전염된다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68

by 은파랑




웃음은 전염된다


한밤중의 런던. 독일의 공습 사이렌이 울리자 사람들은 황급히 방공호로 뛰어들었다. 그 안은 어둡고, 좁고, 숨이 막힐 듯했다. 사람들의 두려움이 가득 찼다. 영국의 심장부가 흔들리던 그때,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도 조용히 방공호에 있었다.


전쟁의 총사령관이자 국민 지도자인 그는, 한 순간도 국민 곁을 떠나지 않았다.


깜깜한 방공호 안. 누군가의 무게가 그의 발 위에 얹혔다. 군중 속에서 누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던 상황.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누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처칠 수상님이 계신가요?”


어두운 공기 속을 가르며 들려온 대답은

“누군가 내 발을 밟고 있거든요.”


방공호 안에 잠시 웃음이 퍼졌다. 두려움 속에서도 웃을 수 있게 해주는 지도자. 처칠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의 유머는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기 위한 무기였고 국민의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처방전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는 전선의 총탄보다 강했고 웃음 한 줄은 폐허 속 희망의 불씨가 됐다.


정치란 본래 무겁고 비장한 것이지만 처칠은 무거움을 유머로 비틀어 가볍게 만들었다. 사람들의 어깨 위, 짐을 조금 덜어주었다.


그는 전쟁의 밤에도, 어두운 방공호 안에서도, 따뜻한 인간미를 잃지 않았다.


우리도 인생의 방공호 안에 있을 때가 있다. 앞이 보이지 않고 누군가 내 발을 밟고 있는 듯한 순간. 그럴 때, 처칠의 한마디가 떠오른다.


“누군가 내 발을 밟고 있거든요.”


삶은 늘 완벽하지 않다. 어둡고 답답한 순간도 있다. 누군가가 나를 짓누르고 있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는 것

그 속에서도 사람답게 웃는 것


그것이 바로, 진짜 강함이 아닐까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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