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존중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62

by 은파랑




깊은 존중


물 한 잔에도 마음을 담던 시대가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던 것은 말이 아니었고

눈빛과 태도, 그리고 그에 담긴 깊은 존중이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그는 위대한 장군이자 한 나라의 기둥이 되었지만

진정한 품격은 그가 칼을 내려놓은 후에도 빛났다.


어느 날 그의 집에 프랑스의 장군이 방문했다.

화려한 의복과 높아진 지위, 유럽 귀족다운 태도 속에서

그는 워싱턴의 겸손함을 낯설게 느꼈다.


그때, 한 흑인 노예가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조심스레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주인님.”


그 순간, 워싱턴은 자리에 일어나

그 노예에게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답례했다.


그 모습을 본 프랑스 장군은 당황했다.

“왜 집안의 노예에게까지 인사를 하십니까?”


워싱턴은 조용히, 그러나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보다 예의 없는 사람이 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 한 마디는 칼보다 날카롭고

왕관보다 무거운 진실을 담고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누구를 존중하느냐보다

어떻게 존중하느냐가

사람의 깊이를 말해준다.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의 아들이고 누군가의 친구이며

어떤 이의 전부가 되는 존재다.

그 지위를 막론하고 그 이름이 무엇이든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조지 워싱턴이 남긴 유산은 헌법이나 국가가 아니라

한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일지도 모른다.


오늘, 나도 누군가를 마주할 때

워싱턴처럼 정중히 마음을 다할 수 있을까.

내가 더 높아서가 아니라

내가 사람답기 위해서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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