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57
백 년을 산다 해도
그날들이 게으름으로 채워져 있다면
생은 바람에 스쳐 지나간 꿈처럼
허망하고 공허할 뿐이다.
법구경의 한 구절이 속삭인다.
“하루를 살더라도 깨어 있는 이의 삶은
백 년의 나태함보다 빛난다.”
우리는 시간의 양을 인생의 깊이로 착각한다.
하지만 참된 삶은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얼마나 충실히' 살았는가에 달려 있다.
부지런한 자의 하루는
저녁노을 속에 천천히 내리는 황금빛처럼
진하고 묵직하다.
그는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해가 뜨기도 전 마음을 닦고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과 싸우며
작은 성취에 조용히 미소 짓는다.
그 하루는 단단한 나이테처럼
시간을 새기며 성장한다.
반면 게으름 속의 시간은
모래시계 속 흐르는 먼지 같다.
무게도 향기도 없이 흘러가고
언젠가 뒤돌아보아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어디서부터 허무해졌을까”라는
허탈한 물음만 맴돌 뿐이다.
그래서 시간은 물리적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열기, 정신의 밀도,
그리고 영혼의 각성으로 정의된다.
누군가는 하루 안에
한 권의 책을 쓰고
한 사람을 위로하며
자신의 어제를 뛰어넘는다.
또 누군가는 백 년을 살아도
그저 기다리고, 미루고
봄날의 햇살처럼 흐려진다.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지되
무게는 다르게 남는다.
시간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람이 시간의 가치를 완성하기도 한다.
오늘 하루
나는 시간 속을 걷고 있는가
아니면 시간에게 끌려가고 있는가
부지런함이란
하루를 사랑하는 가장 겸손한 방법이며
게으름은 생의 축복을
스스로 저버리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다.
백 년을 산다 해도
한 순간 깨어 있는 정신의 깊이에 미치지 못한다면
그 삶은 아직
진짜로 살아본 적이 없는 것이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