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하는 이에게

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162

by 은파랑




세상과의 작별을 준비하는 이에게


한 사람의 마음이

어둠으로 가라앉는 데는

소리가 없다.


조금씩…

조용히…

깊이.


누군가의 웃음 뒤에 있었던 것은

희망이 아니라 끝내고 싶은 마음이었다.


잘 지내냐는 인사에 “응”이라 답하면서

그날을 유서처럼 접어, 주머니에 넣었을지도 모른다.


햇살이 따뜻했던 오후

문득 발걸음을 멈춘 나는 세상과 작별할 이유만

가득한 하루를 마주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바로 끝의 언덕에서

인생은 아주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속삭인다.


“조금만 더, 살아보자.”


가로등 하나 없는 새벽길에서도 별빛은 있다.


별이 말해준다.

“어둠은 끝이 아니라 너를 품기 위한 시간이었다”


죽음을 마주한 순간, 우리는 오히려 삶의 진실에 닿는다.


고통은 선명하게 드러나고,

그것을 감당해 온 자신이

얼마나 기적 같은 존재였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다.


눈물이 흘러내린 순간, 문득 깨달았다.


내가 울고 있다는 건 아직 느끼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감정이 살아 있다는 건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건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끝이라 믿었던 가장 어두운 골짜기에서

다시 용기를 품는다.


작은 숨결 하나, 떨리는 손끝 하나,

뜨겁게 뛴 심장 하나에 기대어 살아보자고

한 걸음만 더 내디뎌보자고


인생은 언제나 마지막이 아니라

다시 쓰이는 시작이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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