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타 365 #186
매일 아침과 저녁, 우리는 수많은 이야기 속을 지나간다. 뉴스 속 비극적인 사건들, 메시지 알림음과 함께 쏟아지는 타인의 말, 때론 무심코 들은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하루의 감정을 좌우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면서 끊임없이 외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내 안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만다.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감정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괜찮은 척’과 ‘견디는 법’만 점점 능숙해진다.
어느 날, 문득 펜을 든다. 특별한 이유도 없고, 대단한 목적도 없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해서 종이를 펼치고 글을 쓰기 시작한다. 처음엔 어색하다. 무엇을 써야 할지 몰라 멍하니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잠시 후, 오래도록 표현되지 못한 생각과 감정이 천천히 손끝으로 스며들기 시작한다. 무심코 써 내려간 단어들이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내 마음의 조각들을 하나둘 드러낸다. 그 순간, 조용히 깨닫게 된다. 지금 이 글쓰기는 나를 돌보는 일이라는 것을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는 글쓰기가 인간의 마음과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과 경험을 솔직하게 글로 표현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덜 느끼고, 전반적인 정신 건강은 물론 면역 체계까지 강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심지어 만성 질환의 회복 속도도 달라진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가 펜을 들고 글을 쓰는 행위가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실제적인 힘이 된다는 사실은 놀랍다. 말하자면, 글쓰기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상처에 천천히 붕대를 감아주는 과정과 같다.
인문학은 늘 ‘자기 이해’의 학문이라 불렸다. 고대 그리스의 델포이 신전에는 ‘너 자신을 알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인간이 오랜 시간 동안 가장 풀고 싶었던 수수께끼는 외부 세계가 아니라 자신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채기도 전에 하루는 지나가고, 남겨진 감정은 쌓이고 부유하다 어느 날 폭발처럼 터지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에게 쓰는 편지는 글쓰기 이상이다. 그것은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어루만지는 시간이다.
현대인의 삶은 빠르다. 멈추는 법을 잊은 채 달리기만 한다. 하지만 회복은 정지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아주 잠깐이라도, 나를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들여다보는 짧은 시간이 필요하다. 매일 10분, 그 정도면 충분하다.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소셜미디어의 소란에서 한 발짝 물러나 조용히 종이 위에 마음을 펼쳐보는 일. 짧은 습관이 삶 전체를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매일 10분, 나에게 쓰는 편지'는 그 시간을 위한 안내서이다. 문장을 잘 쓰는 법을 가르치기보다는 어떻게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고, 돌아보며, 위로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글쓰기이다. 매일의 글쓰기는 내면에 얽힌 감정들을 풀어내고, 억눌린 목소리를 회복시키며 스스로를 온전하게 바라보게 한다. 펜을 든다는 것은 결국, 내 마음을 응시하고 그것에 이름을 붙여주는 일이다. 감정에 이름이 붙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이해가 된다.
이제 펜을 들어보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만을 위한 문장을 써 내려가보자. 부드럽게, 천천히, 솔직하게. 문장들이 쌓여 어느 날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들고, 더 건강하게 살아가게 만들 것이다. 일상은 그대로일지라도,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면 삶의 색도 달라진다. 회복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조용한 습관 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첫 시작은, 10분이면 된다.
은파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