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견디는 문장들 #150
아침 7시,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누가 깨우지 않았다.
오늘은 누구의 요구도 아닌 내가 정한 시간에
나를 깨우기로 했다.
처음으로 내가 정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어디론가 향하라는 지시 없이
나를 비춘다.
그 아래에서 묻는다.
오늘은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가?
질문이 이토록 낯설고 벅찰 줄은 몰랐다.
자유란 구속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말했다.
"자유는 책임과 함께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내가 나의 시간표를 짜고
내가 정한 방식으로 하루를 흘려보낸다는 것
그것은 해방이 아니라
삶에 주인의식을 갖는 연습이다.
어릴 적의 하루는 누군가의 계획 아래에 흘렀다.
등교 시간, 식사 시간, 학원 시간, 귀가 시간
시간은 언제나 외부에서 주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지금 이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순간
그 순간부터 시간은 나의 것이 된다.
사회학적으로 자유는 ‘주체성의 회복’과 맞닿아 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 사회를 '액체근대'라 불렀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모든 선택이 개인의 몫이 된 시대
그 안에서 주체로 선다는 건
두렵지만 또한 유일한 생존 방식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나의 리듬’을 찾아야만 한다.
오늘은 서점에 갈 생각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냥 가보고 싶어서 간다.
한가로운 결정이
어쩌면 지금까지의 어떤 바쁜 날보다도
더 온전한 하루다.
점심은 라면을 끓여 먹는다.
누군가에겐 초라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 선택이 내 것이기에
맛은 이상하게도 더 깊다.
과학자들은 말한다.
자율성이 주어질 때 뇌는
더 많은 도파민을 분비한다고
기쁨은 크기에서 오지 않는다.
선택할 수 있음에서 비롯된다.
시간은 여전히 흐른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나를 밀어붙이지는 않는다.
나는 하루의 파도를
내가 정한 방향으로 노를 저어 간다.
가끔은 지쳐 멈추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조류에 휩쓸리기도 하지만
그 또한 나의 일부가 된다.
밤이 온다.
스스로 계획한 하루가 끝나간다.
책을 몇 장 읽고 음악을 조금 듣고
노트에 오늘의 감정을 적는다.
작고 사소한 일들이
모두 내 선택 안에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묘하게 단단하게 만든다.
자유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다.
새로운 땅으로 떠나는 여정도 아니다.
그건 하루의 흐름을 스스로 설계하는
작고 반복적인 결정 속에서 피어난다.
누군가 대신 정해주는 시간표가 아닌
내가 짠 리듬 속에
삶이 살고 싶어지는 순간들
그렇게 나는 오늘
자유의 실루엣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그것은 번쩍이는 혁명도
극적인 변화도 아닌
지극히 조용한 흐름이었다.
내가 정한 하루
하루가 쌓여
나라는 생을 만든다.
깨달음이 지금 이 순간
내게 가장 따뜻한 자유다.
은파랑